취임식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과 올라프 숄츠(오른쪽) 전·현직 독일 총리가 밝게 웃음 짓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취임식에서 앙겔라 메르켈(왼쪽)과 올라프 숄츠(오른쪽) 전·현직 독일 총리가 밝게 웃음 짓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대표적인 '탈(脫)원전 국가' 독일이 올해 말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 움직임이 유럽의 겨울철 전력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독일 녹색당 지도부측 관계자를 인용해 "녹색당이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 오른쪽)의 연립정부(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녹색당은 그동안 반(反)원전 운동을 주도해왔다. 원전으로의 회귀는 독일 에너지 정책에서 엄청난 모멘텀이 될 전망이라고 FT는 강조했다.

녹색당 측 인사가 거론한 선택지 중 하나는 오는 12월 31일자로 폐쇄 예정인 원전 중 하나인 이자르 2호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이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이자르 2호의 수명 연장은 몇 달 동안만 이뤄질 것"이라며 "독일의 전력 공급이 에너지 위기로 악화된 조건에서도 계속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원전 회귀를 놓고 그간 탈원전을 주도했던 녹색당 내부에서조차 찬반 논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녹색당 공동 대표인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의 최근 발언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2일 독일 일간 빌트지가 주최한 행사에서 "우리의 과제는 전기가 아니라 가스 공급"이라며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현재 상황의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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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성향의 독일 자유민주당(FDP)은 앞서 원전 재검토를 거듭 주장했다. FDP대표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23일 독일 현지 매체 풍케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전력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은 원전들을 제한된 기간 동안 계속 가동하는 것을 연립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수천 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원전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함에 따라 현재 독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3곳에 불과하다. 네카르베스트하임 2호기, 엠스란트, 이자르 2호기다. 이마저도 현행법에 따라 이들 원전 3기는 늦어도 올해 12월 31일까지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원전 3기의 발전량은 독일 전체 전력 발전량의 약 6%를 차지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