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러시아 관계 '유대 기구' 문제로 균열 조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비교적 평온하게 흘러왔던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관계가 전 세계 유대인들의 '알리야'(이스라엘로 귀환)를 관장하는 유대 기구(Jewish Agency)의 모스크바 사무소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전쟁 자체를 규탄하면서도 침략자인 러시아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무기 제공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채 중립 노선을 유지했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면서 사실상 군사적으로 국경을 맞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들의 제재 회피처가 되기도 했고, 중재역을 자임한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독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양국 관계를 흔들 만한 변수가 생겼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법무부는 이달 초 현지 유대 기구 사무소가 러시아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법원에 폐쇄 명령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특정 단체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을 포괄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개인정보 수집을 규제하는 장치는 다양하다.

유대 기구도 이런 점을 인식해 메일 발송 대상자 정보 등을 이스라엘 내 서버에 저장하는 등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이어왔다.

상당수의 러시아계 이민을 수용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러시아 측의 유대기구 사무소 폐쇄 추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대 기구 러시아 사무소는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이라는 본연의 업무 이외에도 러시아 고위 권력층과 통하는 중요 로비 통로 역할도 해왔기 때문이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유대 기구 해체 추진이) 양국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외교부에 동원 가능한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측은 이런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이스라엘-러시아 관계 '유대 기구' 문제로 균열 조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당시 "그들의 언행이 이미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유대 기구 문제는 러시아 사법 시스템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온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다시 기름을 부었다.

간츠 장관은 26일 자국 뉴스채널인 채널13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방의 편에 서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아주 광범위한 인도적 지원을 했고, 방어용 장비들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부상병의 치료목적 입국까지 허용한 이스라엘이 중립 노선을 깨고 우크라이나의 편을 든다는 발언은 러시아의 더 격한 반응을 불러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불행하게도 최근 몇 달간 공식 성명 수준에서 건설적이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은 수사들을 들어왔다"며 "유대 기구 폐쇄를 앞두고 양국 관계가 훼손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황이 악화하자 2018년과 지난해까지 유대 기구 의장을 맡았던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채널13 방송과 회견에서 유대 기구 논란에 관한 공개적 언급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라피드 총리와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갈등을 풀기 위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