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2년 반 만에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26일 베이징에서 각각 조코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양국 간 협력 방안과 외교 현안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오는 11월 인도네시아가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현지를 방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G20 정상회의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올가을 공산당 당대회 직후 열리는 국제 외교무대다. 국제사회에서 시 주석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이 첫 대면 정상회담으로 조코위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G20이 분열된 가운데 시 주석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중국이 2020년 하반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이후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최대 석탄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이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펼친 ‘백신 외교’의 주요 타깃이기도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제공한 백신을 맞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자 2년 반 동안 대면 정상외교를 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방중한 각국 정상을 접견한 게 유일한 예외였다.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과도 화상 회담만 했다.

중국은 시 주석뿐 아니라 지도부 인사들의 해외 방문도 자제했다. 중국을 찾은 외국 외교사절은 베이징이 아니라 지방에서 중국 외교 파트너들을 만나야 했다. 이번에 외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한 것에서 중국의 방역 정책 및 그와 관련한 외교 형식이 변화할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은 중국 도착 다음 날 격리 없이 바로 시 주석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베이징이 그간 방역을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각종 외교 활동과 국제 비즈니스 활동 개최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이게 될지 관심을 끈다. 다음달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방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카운터파트인 왕이 외교부 장관을 만나게 될지 주목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