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억 중추' 해마, 어른 되어도 손상 복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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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의 '성체 신경발생' 확인→신경학계 오랜 논쟁 종지부?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등 치료 실마리 될 수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인간의 '성체 신경발생'(adult neurogenesis)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성체 신경발생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뉴런)가 성인기에도 생성되는 걸 말한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은 물론이고 신경 발달 질환인 다운증후군, 조현병 등에는 공통으로 성체 신경발생의 이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인간의 해마에는 가소성(可塑性ㆍ유전자형 발현이 변하는 성질) 좋은 다수의 미성숙 뉴런이 평생 존재한다는 걸 미국 과학자들이 입증했다.
이 발견은 '성체 신경발생'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성체 신경발생이 뇌의 기억, 기분 조절, 행동 제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송홍준(Hongjun Song) 신경학 석좌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신경과학계엔 100년 넘게 버틴 가설이 하나 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뇌가 일단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지 않고 남은 뉴런만 계속 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 생쥐 등 포유류의 성숙한 뇌에 새로 만들어진 미성숙 뉴런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일부 제시되면서 이 가설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성숙 뉴런은 뇌의 후각 영역과 해마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는데 특히 해마의 미성숙 뉴런에 관심이 쏠렸다.
뇌의 기억 중추로 알려진 해마는 학습, 기억, 기분 조절 등의 생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우 위험한 신경질환으로 부상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해마의 미성숙 뉴런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인간의 해마에서 성체 신경발생이 일어난다는 걸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송 교수는 "많은 포유류가 평생에 걸쳐 새로운 뇌 뉴런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미성숙 뉴런은 뇌 가소성, 즉 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면서 "뇌의 이런 능력은 고장 난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것과 같아 뇌졸중 등으로 뇌 조직이 손상됐을 때 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성체 신경발생에 관한 최근의 연구가 미진했던 건 주로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성숙한 인간의 뇌 조직 샘플을 어렵사리 구한다 해도 새로 만들어진 미성숙 뉴런의 존재를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렵다.
송 교수팀은 단핵 RNA 시퀀싱(single-nucleus RNA sequencing)과 AI(인공지능)의 한 유형인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술로 이 난관을 극복했다.
먼저 단핵 RNA 시퀀싱으로 인간과 생쥐의 해마 뉴런에 대한 개별 유전자 정보를 파악한 뒤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AI로 검색해 성숙 뉴런과 미성숙 뉴런의 미세한 차이점을 알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확인된 해마의 미성숙 뉴런은 주로 '과립 세포'(granule cells) 유형이었다.
인간의 경우 미성숙 과립형 해마 뉴런이 유아기부터 92세까지 연령대에서 발견됐다.
특히 고령자의 해마 샘플을 봐도 전체 과립 뉴런의 최소 몇 퍼센트는 미성숙 뉴런이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해마 말고 다른 뇌 영역에선 다수의 미성숙 뉴런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성숙 과립 뉴런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평범한 노화 과정에서,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전체 과립 뉴런에서 미성숙 과립 뉴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그 비율은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건강한 피험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분석법은 신경 질환의 뿌리를 찾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 등의 신경 질환에 적용해 봤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질환에 관여하는 일부 위험 유전자가 미성숙 과립 뉴런에 발현하기 시작하는 환자의 연령이, 해당 질환의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이와 함께 신경 줄기세포에서 분화하는 '해마 전구세포'(hippocampal progenitor cells)가 새로운 과립 뉴런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확인됐다.
해마 전구세포가 드물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과립 뉴런을 생성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과립 뉴런은 1년 이상에 걸쳐 천천히 성숙 과정을 거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등 치료 실마리 될 수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인간의 '성체 신경발생'(adult neurogenesis)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성체 신경발생은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뉴런)가 성인기에도 생성되는 걸 말한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은 물론이고 신경 발달 질환인 다운증후군, 조현병 등에는 공통으로 성체 신경발생의 이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인간의 해마에는 가소성(可塑性ㆍ유전자형 발현이 변하는 성질) 좋은 다수의 미성숙 뉴런이 평생 존재한다는 걸 미국 과학자들이 입증했다.
이 발견은 '성체 신경발생'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끝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성체 신경발생이 뇌의 기억, 기분 조절, 행동 제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송홍준(Hongjun Song) 신경학 석좌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신경과학계엔 100년 넘게 버틴 가설이 하나 있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뇌가 일단 성숙 단계에 이르면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지 않고 남은 뉴런만 계속 뇌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 생쥐 등 포유류의 성숙한 뇌에 새로 만들어진 미성숙 뉴런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일부 제시되면서 이 가설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미성숙 뉴런은 뇌의 후각 영역과 해마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는데 특히 해마의 미성숙 뉴런에 관심이 쏠렸다.
뇌의 기억 중추로 알려진 해마는 학습, 기억, 기분 조절 등의 생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우 위험한 신경질환으로 부상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해마의 미성숙 뉴런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인간의 해마에서 성체 신경발생이 일어난다는 걸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해묵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송 교수는 "많은 포유류가 평생에 걸쳐 새로운 뇌 뉴런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미성숙 뉴런은 뇌 가소성, 즉 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면서 "뇌의 이런 능력은 고장 난 부분을 스스로 고치는 것과 같아 뇌졸중 등으로 뇌 조직이 손상됐을 때 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성체 신경발생에 관한 최근의 연구가 미진했던 건 주로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성숙한 인간의 뇌 조직 샘플을 어렵사리 구한다 해도 새로 만들어진 미성숙 뉴런의 존재를 확인하는 건 매우 어렵다.
송 교수팀은 단핵 RNA 시퀀싱(single-nucleus RNA sequencing)과 AI(인공지능)의 한 유형인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술로 이 난관을 극복했다.
먼저 단핵 RNA 시퀀싱으로 인간과 생쥐의 해마 뉴런에 대한 개별 유전자 정보를 파악한 뒤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AI로 검색해 성숙 뉴런과 미성숙 뉴런의 미세한 차이점을 알아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확인된 해마의 미성숙 뉴런은 주로 '과립 세포'(granule cells) 유형이었다.
인간의 경우 미성숙 과립형 해마 뉴런이 유아기부터 92세까지 연령대에서 발견됐다.
특히 고령자의 해마 샘플을 봐도 전체 과립 뉴런의 최소 몇 퍼센트는 미성숙 뉴런이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해마 말고 다른 뇌 영역에선 다수의 미성숙 뉴런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성숙 과립 뉴런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평범한 노화 과정에서, 그리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전체 과립 뉴런에서 미성숙 과립 뉴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그 비율은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건강한 피험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분석법은 신경 질환의 뿌리를 찾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 등의 신경 질환에 적용해 봤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질환에 관여하는 일부 위험 유전자가 미성숙 과립 뉴런에 발현하기 시작하는 환자의 연령이, 해당 질환의 증세가 처음 나타나는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이와 함께 신경 줄기세포에서 분화하는 '해마 전구세포'(hippocampal progenitor cells)가 새로운 과립 뉴런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확인됐다.
해마 전구세포가 드물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과립 뉴런을 생성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런 과립 뉴런은 1년 이상에 걸쳐 천천히 성숙 과정을 거친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