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자국이 수출하는 원유 가격에 상한이 부과되면 상황에 따라 수출 자체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는 가격(서방이 러시아 원유에 부과하는 상한 가격)이 석유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낮다면 러시아는 그 석유의 세계시장 공급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단하게 말해 우리가 손실을 보면서 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월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12월까지 도입하려 한다고 맞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날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 포럼에 참석해 유럽연합(EU)이 연말 시행하는 러시아산 석유 관련 제재에 맞춰 가격상한제가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되면 세계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는 러시아의 수입원을 줄이고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제도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정상회의에서 추진에 합의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한국 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동참을 요청했고, 추 부총리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 원유를 특정 가격 이상으로 수입하지 않도록 담합하거나 특정 가격 이상의 러시아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에 대한 운송보험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가격 상한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러시아산 석유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서비스 제공을 올해 말부터 아예 중단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국제 교역시장에서 화물선에 보험을 제공하는 회사가 대부분 유럽에 있는 터라 EU가 이를 중단하면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무보험 운항'을 해야 하고 이는 국제 해사법에 위반된다.
러시아 원유는 다수 유럽 정유사가 수입을 중단한 까닭에 세계시장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중국, 인도, 브라질,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등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가 러시아 원유를 싼값에 사들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에만 석유 수출로 200억 달러(약 26조원) 매출을 올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견제 속에 원유 수출량은 줄었지만, 국제유가가 치솟는 바람에 러시아의 원유 매출액이 오히려 증가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감소하다가 회복세를 보였다.
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5월 기준으로 하루 1천만 배럴 정도 원유를 생산해 통상적인 세계 전체 석유 수요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