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힐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거센 열풍을 이어가는 가운데 무거운 분위기의 장르물 MBC '닥터로이어', JTBC '인사이더' 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CJ ENM이 발표한 7월 첫째 주(4∼10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고) 집계에서 드라마 '닥터로이어'와 '인사이더'는 각각 드라마 부문 8위와 9위에 머물렀다.
CPI 지수는 '닥터로이어' 201.8, '인사이더' 200.0으로 1위인' 우영우'(448.4)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위 tvN '환혼'(227.6)과도 큰 차이가 난다.
'닥터로이어'와 '인사이더'는 나락으로 떨어진 남자 주인공이 부패 권력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닥터로이어'의 한이한(소지섭 분)은 복지부 장관 내정자 구진기(이경영)에게 맞서고, '인사이더'의 김요한(강하늘)은 부패한 부장 검사 윤병욱(허성태)에게 반격한다.
두 작품 모두 작품 자체로는 장르물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악이 명확하게 대비되고, 둘 사이의 팽팽한 대립이 긴박감 있게 그려진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톱배우 소지섭과 강하늘이 각각 주연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은 자극적인 서스펜스보다 가벼운 분위기의 판타지물에 쏠리는 분위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장르물은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악에 맞서 싸우는 히어로가 통쾌함을 주기도 하지만 최근 시청자들은 차라리 판타지 속의 희망찬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이 팍팍해지다 보니까 희망적인 세상을 보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추세가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1·2위에 오른 '우영우'와 '환혼'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상을 유쾌하게 그려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신입 변호사가 사랑스러움을 뿜어내고, '환혼'에서는 술법을 쓰는 두 주인공이 시도 때도 없이 토닥거리며 웃음을 안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영우'를 비롯한 휴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시청자가 희망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장르물은 정서적 고갈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김 평론가는 "당분간은 영화 '범죄도시'처럼 무적인 주인공을 내세우거나 '우영우'처럼 판타지를 섞어서 현실을 부드럽게 매만진 작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 CPI 지수 =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등 29개 채널 프라임 시간대 방송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청자 행동을 파악하는 지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콘텐츠가치정보분석시스템(RACOI)을 통해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시청자 데이터(동영상 조회수, 게시글수, 댓글수)를 수집해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