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대에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예산 처리가 가로막히자 우회로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풍력발전소로 전환 중인 매사추세츠주 석탄화력발전소를 방문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조처를 발표한다.

다만 이날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것은 아니라고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비상사태 선포 방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의는 미국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덮친 가운데 나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20%가 화씨 100도(섭씨 37.78도)의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30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는 기후변화 대응 예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입법을 통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길이 막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의 도움 없이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기후변화와 청정에너지에 대한 조치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만약 상원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국내 청정에너지 산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대표 의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공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자신이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도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풍력이나 태양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가속화하고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 예산 지출을 조정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