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전략 광물정보센터' 설치 시급하다
정부가 자원 안보 문제를 관할할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조기경보,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영향으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사회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정책 급전환의 주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친환경 차량, 전기에너지 저장, 수소경제, 고효율 기기,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모터) 등 신산업과 탄소중립 분야에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5년 이후 핵심 원자재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공급망 핵심 기업과 기술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공급망 협력채널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은 지난해 11월 군수품과 컴퓨팅을 대상으로 규제 강화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공급망 실사법을, 중국은 희토류 등 원자재 통제를, 일본은 경제안보추진법을 마련했다. 이와 동시에 세계 각국이 공급망 협력채널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와 경제 프레임워크를 지난해 10월 출범시켰다. EU는 2020년 9월부터 원자재 전략적 파트너십을 실행하고 있고, 일본은 지난해 4월 인도·호주 공급망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다원화된 ‘공급망 통상협력 네트워크 및 전력광물정보 컨트롤타워’를 조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협력 대상국으로 원자재 생산 여부와 한국 기업의 진출 가능성, 협력채널 활성화 수준을 고려해 선정에 나서야 한다.

SK네트윅스는 몰리브덴 탐사를, 포스코는 합작투자 기업 POSUK Titanium LLP를 2014년 10월 설립해 티타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망간 등 광물과 황린, 페로실리콘 등 반도체에 쓰이는 중간재 생산 협력도 가능하다. 칠레는 구리, 리튬, 몰리브덴 등의 원자재와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등 중간재 생산이 가능한 국가다. LG에너지솔루션이 향후 8년간 5만5000t의 리튬 공급을 체결했고, 포스코는 리튬 개발·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투자환경이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양국 간 자원외교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칠레 정부는 지난해 2월 구리, 리튬 등 자원을 국유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SK는 2018년 베트남 최대 기업인 Masan그룹에 산화텅스텐 생산 지분투자(4억7000만달러)를 했다. 에코프로는 2020년 호주 광산개발업체(Blackstone Minerals) 지분 투자를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으로 베트남 타코아 니켈 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베트남 아파티트(득지앙 화학그룹의 자회사)는 우리 기업과 공동으로 반도체용 고순도 인산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내 OCI, 솔브레인 등이 우리나라 전체 수입량의 99%를 아파티트에서 조달받고 있다. 활성탄은 높은 흡착성을 지니고 있어 상수도 정수처리 시설, 방독면, 공장의 대기 정화용으로 쓰인다. 특히 상수도 정화처리 시설에서 사용되는 활성탄은 100%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지난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수돗물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조속히 ‘국가전략광물정보센터’ 같은 핵심 원자재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여기에서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등 친환경 기술과 국가 안보 등에 필요한 핵심 광물 조달 방안 마련을 위해 리튬, 코발트 등 전략광물 공급망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정보 분석을 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