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헨리 키신저(99) 전 미 국무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갈등 해결을 위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키신저 전 장관의 신간 '리더십: 세계전략 6개 사례 연구' 출간을 계기로 대담 전문매체 '인텔리전스스퀘어드유에스(US)' 등이 추진해 마련됐다.

닉슨 대통령은 완고한 반공주의자였지만, 1972년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고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형성된 화해 무드가 결국 1979년 1월 1일 양국 수교로 이어졌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닉슨 정부와 그 후임 제럴드 포드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지냈다.

이 기간 중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밑 외교전을 펼쳐 이런 성과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한 조 바이든 정부와 그 전임 정부들의 시각은 미국 국내정치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의 영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정치가 그 중요성을 방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물론 중국이 헤게모니(패권)를 쥐어선 안 된다"고 경계하면서도 "이는(중국 패권 저지는) 끝없이 대치하는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대화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운명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중단되기 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현재 유럽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유럽의 지도자들이 사명감을 갖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고,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앞으로 10년 안에는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신간은 현대사를 이끈 각국 지도자 6명의 사례를 다룬다.

콘라트 아데나워(독일), 샤를 드골(프랑스), 리처드 닉슨(미국), 안와르 사다트(이집트), 마거릿 대처(영국), 리콴유(싱가포르)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가운데 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장 협상을 잘 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키신저 전 장관은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을 골랐다.

닉슨 전 대통령도 훌륭한 협상가로 꼽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닉슨은 외교 분야에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

국내 정치에서 스스로를 파괴해서 그렇지"라고 덧붙였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물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