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가 금융위기 은폐, 내년까지 안정시킨 뒤 2024년부터 성장 가능"
"고타바야,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CNN 인터뷰
스리랑카 대통령 대행 "나는 전 정부 사람 아니야"
국가 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이 사임한 스리랑카의 대통령 권한 대행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나는 전 정부 사람이 아니다"며 전 정권과 선을 긋고 차기 대통령직에 대한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18일(현지시간)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다.

나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가 파산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비난했다.

싱가포르로 도피한 고타바야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이런 일이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나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이제 신발 끈을 단단히 매야 할 때다.

5년이나 10년은 필요하지 않고 내년 말까지 상황을 안정시키고 2024년부터는 성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거부하며 총리 관저를 불태우고 집무실을 점거했던 것에 대해서는 "(시위대의 습격으로) 수백 년 된 책을 포함해 4천 권이 넘는 책이 손실됐고, 125년 된 피아노도 화재로 소실됐다"면서도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경찰과 군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경찰과 군은 시위대에 공격을 당했지만 최대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대통령 대행 "나는 전 정부 사람 아니야"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대규모 외채를 안게 됐지만, 2019년 부활절 테러 사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주 수입원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외환 위기를 맞았다.

이에 시민들은 2005년부터 사실상 스리랑카 정계를 쥐고 있는 라자팍사 가문의 실정과 부정부패에 책임을 물었고 지난 5월 고타바야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이자 전 대통령이었던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를 물러나게 하고 야권 지도자이던 위크레메싱게를 총리로 세웠다.

하지만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됐고 휘발유와 가스 등 필수 수입품의 수입이 사실상 끊기면서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점거했고 총리 관저를 불태웠다.

이에 고타바야 전 대통령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해외로 도피했고 싱가포르에서 사임계를 제출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 역시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해외로 떠나면서 자신이 임명한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했고, 위크레메싱게 총리도 이를 수락하면서 차기 대통령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3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고 총리 집무실을 점거했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나라에는 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으로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발동했고, 필요할 경우 경찰과 군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시위대는 국회가 새로운 대통령 선출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대통령 집무실 등의 점거를 풀고 의회의 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스리랑카 국회는 오는 20일 고타바야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수행할 새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 여권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그가 대통령에 오를 경우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스리랑카 대통령 대행 "나는 전 정부 사람 아니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