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 고비 넘겼으나 과방위 막판 뇌관…여야, 교착 국면 속 신경전
국회 공백 '49일째' 장기화 부담…제헌절 경축식 대면도 무위로
김의장 '과방위 분리' 중재안 힘못써 …권성동 '대정부질문부터' 제안하기도
'과방위 암초'에 끝내 '국회없는 제헌절'…원구성 디데이 '빈손'(종합)
여야는 17일 제헌절에도 입법부 공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치를 이어갔다.

여야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것을 경축하는 제헌절을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삼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저녁까지 협상에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결국 국회 정상화 디데이를 '빈 손'으로 넘기며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나라 안팎의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득실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을 여야 모두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협상 막판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위원회 배분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방위나 행안위 둘 중 하나는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여당에 넘기기로 양보한 만큼, 과방위와 행안위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과방위의 경우 서로 상대 당을 향해 '언론장악' 프레임 공세를 펴는 등 여야 간 쟁탈전의 뇌관이 된 상황이다.

'과방위 암초'에 끝내 '국회없는 제헌절'…원구성 디데이 '빈손'(종합)
여야는 주중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채 주말인 전날에도 별다른 접점 마련의 움직임 없이 양당 원내지도부가 지역구 활동에 매진하는 등 헛바퀴만 굴렸다.

주말 사이에도 여야 원내지도부 간에 별도 회동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물밑에선 통화 등을 통해 이견을 좁히려는 시도를 이어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심각한 민생·경제 위기가 닥친 와중에 국회 공백 상황이 이날로 49일째를 맞으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여야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협상 막판 핵심 쟁점인 과방위 문제와 관련해 중재안을 건네며 접점을 모색해보려 했지만, 이 역시도 돌파구가 되지는 못한 모습이다.

김 의장의 중재안은 '과학기술'과 '방송'으로 소관 업무를 분리·조정해 별도 상임위를 구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민의힘의 비협조적 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의 회동이나 소통의 자리는 예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제헌절인 오늘까지 어떻게든 국민께 국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이고자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다"며 "국회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의지 부족으로 이 순간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이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내부적으로는 제헌절 이후로도 협상이 계속 공전하는 경우 급한 현안 처리를 위해 민생특위와 인사청문특위부터 가동하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김 의장 중재안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상의하는 시간을 거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 출신의 김 의장의 분리 제안을 놓고 내부에선 결국 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을 분리·장악해 언론중재법을 관철하려는 '꼼수'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으로 전해졌다.

양 원내대변인은 향후 원구성 협상 전망과 관련해선 "오늘뿐 아니라 내일에 걸쳐서도 계속 협의를 진행할 문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권성동 원내대표 제안대로 원구성 협상 과정이라도 교섭단체 연설 등을 진행하면서 (국회의) 공전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은 김 의장의 과방위 중재안보다는 권 원내대표가 제헌절 경축식 사전환담장에서 김 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상대로 언급한 '선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질문, 후 원구성 협상' 제안에 방점을 찍고자 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려해볼 만한 안이지만 민생특위와 인사청문 특위부터 꾸리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민주당 진성준·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은 이날 정오께까지 연락을 취하며 양측의 절충을 모색했으나 서로 입장 변화가 없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암초'에 끝내 '국회없는 제헌절'…원구성 디데이 '빈손'(종합)
그럼에도 여야는 과방위·행안위 문제를 제외하고는 원 구성 협상에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본 상태인 만큼, 이 사안에 물꼬를 트는 대로 '일괄 타결'이 가능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전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여야 각각 6명씩 동수로 하고 위원장은 야당이 맡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기로 잠정 합의하는 등 큰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이날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협상에 직접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는 권 원내대표와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시로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갈등하며 공개 언쟁까지 벌였던 권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사이는 다소 경직된 듯도 했지만, 양당 간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국회 안팎에서 '19일 상임위원장 선출, 20일부터 교섭단체 대표 연설, 22∼26일 대정부질문' 등의 시나리오가 오가는 것도 여야 간 타결이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경우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정부질문에 나설 질문자 신청을 받는 등 물밑에서 국회 정상화 대비 준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당초 여야가 공언했던 대로 제헌절인 이날 밤 내로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짓고 후반기 개원 준비에 돌입하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