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 다지며 주도권 잡을 기회"…총선 넘어 '문재인의 길' 염두
당내 통합·사법리스크 극복 등 난제…'고비' 넘기고 입지 굳힐까
"개인 정치사로 보면 위험한 선택"…尹정부 수사 강력비판
대선직행 티켓? 독배?…당권도전 이재명, 다시 시험대(종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다시 한번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대 시험대에 섰다.

이 고문은 17일 민주당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9 대선 패배 이후 약 4개월만, 6·1 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 1개월 반 만이다.

이 고문으로서는 자신이 구상한 '차기 대선 로드맵'을 밟기 위해서는 지금 당권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 대표 고지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난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이 고문은 당권 도전을 두고 '장고'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당 안팎에서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연고가 없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을 때부터 여의도 입성에 이은 당권 도전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 고문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당내 '비주류'로서 조직력에서 한계를 경험했던 이 고문으로서는 이번 전대가 당내 조직을 다지며 세력을 키워나갈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되는 만큼, 당 전반에 걸쳐 상당히 강력한 장악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2012년 대선 패배 후 3년 뒤 전대에서 당권을 쥐고 세를 불리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 2017년 대선 승리를 거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 걷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대선직행 티켓? 독배?…당권도전 이재명, 다시 시험대(종합)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사정 정국'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 고문이 출마를 결심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고문 자신을 향한 수사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멀어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대선 2라운드 격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재연하며 대여투쟁의 선봉에 서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민생 정치' 대신 보복과 뒷조사가 능사인 퇴행적 '검찰 정치'가 자리 잡았고 예견된 위기가 현실화하는데도 위기 대응책이나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대선직행 티켓? 독배?…당권도전 이재명, 다시 시험대(종합)
일각에선 이 고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세 번의 죽을 고비(전당대회 승리·당 혁신·총선 승리)'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고문에게도 이에 못지않은 '고비'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전대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당에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이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특히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이 고문의 불출마를 요구한 뒤 자신들이 전대에 불출마하는 등 친이재명계와 친문계 사이의 대립이 첨예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이후 당권을 얻고도 확고한 리더십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고문이 출마 선언문에서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내부 파열음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처럼회'로 대표되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강경한 목소리와 이 고문의 핵심 지지층인 '개딸'들을 어떻게 당에 녹여내 팬덤 정치의 역작용을 해소하며 통합을 이뤄낼지도 숙제다.

대선직행 티켓? 독배?…당권도전 이재명, 다시 시험대(종합)
자신을 겨냥한 검경 수사, 즉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현재 이 고문은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아직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검경의 칼끝이 결국 이 고문을 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법 리스크'가 자칫 현 정권에 맞서는 민주당 대여 전선의 동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내 원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 고문은 이날 취재진의 '사법 리스크' 관련 질문에 "수사는 밀행이 원칙인데 동네 굿하듯 한다.

조용히 진실을 찾아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꽹과리 치고 온 동네에 소문내는 게 주목적인 듯하다"며 사정당국의 수사에 강력 반발했다.

무엇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이 고문의 당내 입지를 가를 최대 분수령은 2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견인한다면 대권 가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전국단위 선거 3연속 패배의 멍에를 쓰게 되면서 이후 여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비이재명계 일각에서 이 고문의 행보가 '문재인의 길'이 아닌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야당 총재가 됐다가 낙선한 '이회창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출마 반대의 명분의 하나로 삼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고문은 이날 출마 선언에서 "많은 분이 저의 정치적 미래를 우려하며 당 대표 도전을 말렸다.

저 역시 개인 정치사로 보면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안다"며 "사즉생의 정신으로 민심에 온 몸을 던지고, 국민의 집단지성에 제 정치적 미래를 모두 맡기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