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 단일화 이뤄질까…'당 불허' 박지현 변수도 주목
오늘부터 이틀간 후보등록…최고위원도 '親明 대 非明' 대리전 양상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레이스가 유력 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의 17일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 개막했다.
이 고문은 후보등록 첫날인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28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문에는 이 고문이 지난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민생과 정치개혁 메시지가 담겼다.
이 고문의 출마에 대한 당내 반발도 상당했던 만큼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는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며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편에서는 이 고문에 맞서 세대 교체론을 내세운 '재선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에 속하는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 이른바 '양강양박' 의원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면서 이들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원조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인 3선의 김민석 의원, '이재명 대항마'를 자임한 이낙연계 5선 설훈 의원, 당의 불허에도 출마를 강행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당권 경쟁에 가세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까지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만 9명에 달한다.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 구도로 치러질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명계가 얼마나 지도부 입성에 성공할지도 이번 전대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 '어대명 vs 세대교체' 당권 경쟁 점화, 본선행 티켓 3명은 누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듯 유력 대선주자인 이 고문의 압승을 예측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지난 대선을 거치며 당내 의원들 다수 및 권리당원 다수가 이 고문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이재명계' 성향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달 28일 3명의 최종후보를 남기고 컷오프(탈락) 시키는 예비경선에서 중앙위원 투표만 100% 반영하던 기존 룰을 '중앙위원 70%·권리당원 30%'로 변경한 것도 이 고문에게는 호재다.
이른바 '개딸' 등으로 불리는 강성 권리당원 지지층을 보유한 이 고문이 예비경선 단계서부터 압도적인 세(勢)를 보여주며 대세론을 굳힐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반전 내지 이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세대 교체론을 앞세운 '양강양박(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들이 얼마나 지지를 끌어모을지에 따라 전당대회 흐름이 바뀔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이 고문에 맞설 카드로 과감한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 3일 출사표를 던지며 "반성의 시간을 끝내고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주민 의원은 8일 출마 선언에서 "개혁과 혁신으로 민주당을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12일 당 혁신안을 발표하며 대표 당선 시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고, 박용진 의원 역시 같은 날 MBC 라디오에 나와 당내 혁신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어대명' 구도를 깨기 위한 비이재명 진영의 여론전도 이어지고 있다.
97그룹 주자들은 이 고문의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부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법 리스크'까지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그의 당 대표 출마는 그저 '절대 반지'에 대한 갈망일 뿐"이라며 "사방이 포위된 협곡을 향해 '사법 리스크'라는 이름의 눈사태가 밀려온다"고 이 고문의 출마를 비판했다.
'양강양박' 중 누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30% 반영의 영향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양박'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조직 면에서는 '양강'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컷오프 이후 이 후보를 제외한 다른 두 명의 후보들 사이에서 단일화 가능성도 열려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깜짝 반전 노리는 김민석·설훈…박지현 변수도 관심
김민석 의원의 '선전'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전반적인 전대 구도가 '이재명 대 97그룹'으로 짜이긴 했지만 김 의원의 잠재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뒤 남다른 정치역정을 거친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도운 이력으로 인해 '정세균(SK)'계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당 대표 저지'를 내건 설훈 의원은 이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의원들이나 이낙연계 의원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설 의원은 이 고문의 출마 선언 1시간 뒤인 오후 3시 진행한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고문을 겨냥,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의 거취도 눈여겨봐야 한다.
당의 출마 불허 결정에도 출마를 강행한 박 위원장의 경우 접수가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직접 저의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던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좌절 이후 이 고문 등 전대 후보들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내놓는다면 이 역시 판을 흔들 요인이 될 수 있다.
◇ 親明 vs 非明, 최고위원 경선도 관심
1차 컷오프 관문에서 8명으로 압축한 뒤 최종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친이재명) 대 비명(비이재명)' 간 전선이 선명하게 구축될 전망이다.
친명계에서는 재선의 박찬대 의원이 이 고문의 '러닝메이트'임을 자처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중진으로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낸 정청래·서영교 의원 역시 친명계임을 내세우고 있다.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초선인 장경태·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도 친명계 강성 지지층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이낙연계 초선 윤영찬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초선 고민정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여기에 호남 대표격인 재선의 송갑석 의원,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위원장을 맡은 고영인 의원 등은 비명 깃발을 들고 최고위원에 도전했다.
이 밖에도 박영훈 전 전국대학생위원장, 김지수 당 그린벨트공동위원장,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등 청년 원외 인사들도 도전장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