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타적경제수역서 철수…업계 "매년 600억원 손해" 새 정부 출범에 협정 재개 촉구…해수부 "아직 진전 없어"
[※ 편집자 주 =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한일어업협정 중단 사태가 2016년 6월 30일 이후 벌써 7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어업협정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가 조업했던 국내 수산업계는 어장을 잃고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협정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수산업계에서는 협정 재개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일관계의 난맥상 속 협정 중단 7년 차를 맞은 국내 수산업계 현장 분위기를 두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
지난 8일 국내 최대 규모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해양수산부와 지역 수산업계 대표들이 모여 한일어업협정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모임은 한일어업협정 재개를 요구하는 지역 수산업계의 요구로 만들어진 현장 간담회다.
한일어업협정 중단으로 큰 피해를 본 고등어(대형선망어업), 갈치(제주 연승어업), 오징어(채낚기), 가자미(서남구기저인망) 등 4개 업종 조합 대표들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한일어업협정과 관련해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간담회에 참가한 전갑출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15일 "협상 재개를 요청하려고 해수부에 간담회 겸 협의회를 요청해 만나게 됐다"면서 "정권이 바뀐 뒤 부산공동어시장을 방문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도 '다시 협상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건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일어업협정은 한일 양국 어선이 서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지정된 조업량, 어선 숫자, 조업 기간을 지키면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말한다.
1998년 협정이 처음 체결된 이후 양국은 2016년 전까지 매년 조업 기준을 달리 정해 협정을 갱신해왔다.
한일 양국 사이는 해역이 좁아 200해리 기준으로 설정된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기 때문에 협정을 통해 이를 협의하고 관리해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협정 중단으로 인해 양국 어선들이 상대 EEZ에서 전면 철수한 상태다.
국내 어업인들은 일본 EEZ에서 철수한 이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조업하는 배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어장만 줄어들자 국내 바다에서 경쟁과 갈등이 심해졌고, 바다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조업의 양과 질도 대폭 줄어 2020년 나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보고서에는 협정 중단으로 인한 조업 손실이 연평균 609억원에 달한다는 집계를 내놓기도 했다.
정동근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상임이사는 "예전에는 우리 선박 700∼800척 정도가 일본 EEZ로 나가 조업을 했는데 지금은 좁은 어장에서 제살깎기 경쟁이 펼쳐지며 업체가 도산하는 등 어려움에 놓여 있다"면서 "전체 수산업 경쟁력 저하를 막고, 업계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협정 재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산업계의 이런 소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어 협정의 향방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수산업계도 자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우리 연승어업 조업 어선 숫자를 대폭 줄이라고 요구하거나, 중간수역 교대 조업 문제 등을 들지만, 정치적으로도 일본 독도 영유권 요구를 협정과 결부시키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도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기 어려운 등 고심이 큰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가 바뀌고 장관 서한도 보내고 대사관에도 만나자고 하는 등 협정 재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과 쟁점이 됐던 부분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거나 뚜렷하게 진행되는 상황은 없다"면서 "새 정부 들어 관련 어업 단체를 다 같이 만난 것은 처음인데, 정확한 입장을 듣고 도와줄 부분이 없는지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만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