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내년에 출시하는 신차부터 적용한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게 된다. 올해 말 선보이는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인 G90 연식 변경 모델에 이 기능을 처음 적용하고 점차 대상 차량을 늘릴 계획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내년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30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향후 시속 120㎞까지 적용

[단독] 내년부터 운전대 놓고 시속 80㎞로 고속도로 달린다
15일 기아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4월 출시하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시작으로 레벨 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신차에 차례로 장착한다. 같은 시기 현대차도 신차에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도록 개발했고, 향후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120㎞까지 주행 가능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마쳤고, 올해는 로보라이드(자율주행택시)를 시범 운영했다”며 “2023년에 레벨 3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2030년엔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자율주행 레벨 3가 적용된 차량의 운전 속도를 각 도로의 제한 속도까지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공지했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레벨 3 기술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의미다. 국제 기준인 시속 60㎞보다 빠른 속도로 운행이 가능해 고속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성능을 대폭 향상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내년부터 적용한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차량과 보행자뿐 아니라 오토바이와 자전거까지 인식 대상을 확대하고 전측, 측, 후측방 등 인식 범위를 더 넓혔다.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 역시 전·측방, 보행자와 일반 장애물까지 인식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주차 구획선을 인식하고 주행 가능 공간까지 인식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2’도 아이오닉 6 등 적용 대상을 늘린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 격화

최근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자율주행 규제를 앞다퉈 완화하고 있다. 새로 열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유럽연합(EU)은 올여름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고, 독일은 따로 레벨 4 운행이 가능한 법률을 제정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께엔 신차 중 50%에 자율주행 레벨 3 이상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 회사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FSD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2지만, 누적된 주행 데이터가 가장 많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출시한 S클래스에 레벨 3를 적용했다. 볼보는 연말, BMW는 내년 레벨 3를 장착한 차량을 출시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1~5단계로 구분되는데, 현재 현대차·기아에 적용된 ADAS는 레벨 2로 ‘부분 자동화’ 단계다. 레벨 3는 ‘조건부 자동화’로 운전자가 충돌 위험이 있을 때만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실질적인 자율주행은 레벨 4부터다. 비상시에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사고에 대응한다. 레벨 5는 운전자가 아예 없는 단계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