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김병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김병언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뜻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과)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 이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청년층의 재기 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지원책과 서민·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 보완 대책 등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급격한 금리 인상 등 현 사태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이나 20·30 청년들이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그들이 생태계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와 같은 형태로 도움을 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향후 성장 가능한 시장 경제 시스템에 남아있도록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 측면과 꼭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일 발표한 메시지에 대해 집행기관으로서 이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를 최대 90%까지 경감해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세금으로 빚을 줄여주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성실하게 채무를 이행한 사람들에 대해 역차별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원장은 주요 금융지주의 중간배당 결정에 대해선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서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 등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해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 중"이라며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충분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각 금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주주 친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금감원이 입장을 밝힐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각 금융사에 건전성 관리 등을 지속해서 강조해온 이 원장은 조만간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책 등을 발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금융사들에 대한 채찍뿐 아니라 규제완화책 등을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 "금감원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어젠다를 검토한 것이 있다"며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이 원장은 금융권에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다시 당부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열린 임원회의에서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와 물가 급등으로 소상공인·청년·서민 등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취약 차주에 대한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이 매우 시급하다"며 "개별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 중 성과가 좋은 우수사례는 여타 금융사들에도 확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임원들에 "금융위에서 발표한 금융 부문 민생안정 과제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금감원 각 부서에서도 적극 노력해달라"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정부와 금융권의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달라"고 했다.

차은지 /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