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부담 지속…시진핑 장기집권 앞두고 경제안정 비상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여파가 성장률을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최악으로 끌어내렸다.
중국이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대가가 경제 성적표에 반영되면서 5.5%의 연간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졌는데 장기 집권 시대 개막을 앞두고 경제·사회 안정을 유지해 전폭적인 추대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 코로나 원년 2020년 경기 흐름 재현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2천464억 위안(약 5천732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2분기 성장률은 우한 사태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0%에도 크게 못 미쳤다.
분기 성장률은 작년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 등으로 줄곧 낮아지다가 작년 말부터 당국이 적극적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올해 1분기 4.8%로 일시 반등했는데 이번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분기 성장률이 급락한 데에는 지난 4∼5월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핵심 대도시의 전면 또는 부분 봉쇄의 충격파가 특히 크게 작용했다.
중국 경제가 4월에 바닥을 찍고 상하이 봉쇄가 일부 완화된 5월부터 회복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2분기 경제 손실이 워낙 컸고, 회복 강도도 2020년 우한 사태 이후처럼 강하지 못해 중국 당국이 올해 목표한 5.5%의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큰 대가를 치르고 상하이·베이징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 파도를 일단 잠재웠지만 감염력이 더욱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새롭게 퍼지면서 경제를 짓누르는 고강도 방역 조치가 상시화됐다는 점도 브이(V)자 모양의 경기 반등을 막는 요인이다.
하반기 회복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2.5%로 5.5%와는 격차가 크다.
로이터와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4.0%, 4.1%다.
세계은행은 4.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4%, UBS는 3% 미만, 바클레이즈는 3.3%를 제시했다.
산업생산, 공공 인프라, 수출 등 지표는 5월부터 점진적 개선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심각한 고용 불안은 6월에도 계속됐고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인 소비도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도시 실업률은 5.5%로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전체 도시 실업률은 중국 정부의 연간 관리 목표인 5.5%의 상단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여름 졸업 철을 맞아 대졸, 고졸 인력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3%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의 6월 증가율은 3.1%로 지난 1∼2월(춘제 관계로 한 번만 발표) 이후 넉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6월 산업생산은 3.9% 증가해 두 달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가장 강력한 부양 수단으로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1∼6월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7.1%로 1∼5월의 6.7%보다 높아졌다.
◇ '제로코로나'가 경제 '발목'…인프라 확대 총력전
중국 경제가 상반기 최대 고비인 상하이 사태를 넘기고 회복 추세에 접어든 모습이지만 안팎 불확실성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 동력이 2020년 우한사태 이후처럼 강력하지 못해 하반기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기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동산 침체가 당국의 시장 안정 노력에도 크게 완화되지 않고 있다.
시장 급랭 여파로 좌초된 아파트 프로젝트 분양 피해자들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벌여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급부상하는 등 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첨예한 미중 갈등 지속, 미국의 금리 긴축 등 중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안팎의 불안 요인이 산적한 상황이다.
당국 스스로도 경제 상황을 낙관하지는 못하고 있다.
15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12일 열린 전문가·기업인 좌담회에서 "예상 밖의 심각한 충격으로 2분기 우리나라 경제 발전 상황이 지극히 순탄치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6월 들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기초가 여전히 불안정해 경제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안팎 상황으로 당국의 정책 여력도 2020년 우한 사태 당시처럼 크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경기 급랭이 본격화한 작년 12월 후 중국은 세계적 긴축 기조와 반대로 대출우대금리(LPR)와 지준율을 잇따라 내렸지만 미국이 본격 긴축에 나섰고,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자국 물가 상승 압력도 고조돼 완화 기조를 펴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많다.
재정 측면에서도 경기 대응을 위해 단행한 대규모 감세로 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전 주민 PCR(유전자증폭) 검사 상시화 등 코로나19 방역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어 소비 보조금 지급,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경기 부양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공공예산 지출을 단기간에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2조 위안(약 392조원)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하는 비상 대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재정 파탄 위기를 넘길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분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현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는 않겠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리 총리는 경제 안정과 인플레이션 방지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정책 강도를 높이면서도 미래를 가불해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계속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은 정책 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민간 투자까지 적극 유치하는 방식으로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 경기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경기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가시적 조처는 국가개발은행 등 국유 정책은행을 인프라 투자 확대 '실탄'으로 삼은 것이다.
국무원은 지난달 정책은행의 인프라 프로젝트 대상 대출을 8천억 위안(약 156조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서는 이와 별도로 정책은행이 3천억 위안(59조원)의 금융채를 발행해 중점 인프라 시설 투자에 쓰도록 결정했다.
중국이 지난 3월 전인대 연례 회의에서 올해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주로 쓰이는 특수목적 채권 발행 한도를 3조4천500억 위안(약 677조원)으로 정한 것을 고려하면 정책은행 자금을 활용한 인프라 투자 확대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봉쇄 등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중국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등 강도는 (우한 사태가 있던) 2020년보다 약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발표된 (부양) 정책은 비교적 온건한 수준이고, 여전히 통제에 초점이 맞춰진 방역 정책은 완화적 거시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