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묵은 '재벌개혁' 문구…김병욱 "민주당 강령서 빼자"
더불어민주당이 수십년간 견지해 온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원칙’을 당의 강령(綱領)에서 빼자는 주장이 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강령분과 위원인 김병욱 의원(사진)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강령 토론에서 “과거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용하던 ‘재벌개혁’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영속적이거나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보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령은 당의 이념과 가치를 정리한 문건으로, 강령분과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강령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행 민주당 강령엔 ‘금산분리 원칙 견지, 부당 내부거래 해소 등의 재벌 개혁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재벌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잘못된 행위에 대한 지적은 당연히 남겨두되, 재벌만 겨냥한 문구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법한 행위 하나하나만 규제하면 되지, 재벌이라는 경제 주체를 통틀어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선 “빅테크 기업의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 참여가 기존의 금산분리 원칙을 부분적으로 침해하기도 한다”며 “행위규제는 하되, 현 상황에 맞게 당 강령에선 빼는 게 맞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는 강령도 시대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김 의원의 소신 때문이다. 그는 “우리 당이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너무 관성적으로 써서 반기업 이미지가 굳어졌다”며 “재벌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동반자로 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을 비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도 “(대선 지방선거 패배 등을 계기로) ‘우리가 진정한 진보 개혁 정당인가’라는 화두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안도 건의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는 문구에선 ‘1가구 1주택’을 삭제하는 안도 검토한다. 강령 최종안은 오는 27일 전준위 전체 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유정/오형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