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마포아트센터서 슈트라우스·레스피기·드뷔시 선보여
"체력 유지 위해 운동도 시작…90년대 대중가요도 즐겨 들어요"
2017년 반 클라이번 우승…임윤찬에 "흔들리지 말고 지금처럼만"
"죽을 때까지 지금의 열정을 갖고 하루하루 조
금씩이나마 성장하며 평생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이지만요.

"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3)은 요즘 촘촘한 연주 일정들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임윤찬(18)에 앞서 2017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주 일정이 대부분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14일 전화로 인터뷰한 선우예권이 앞으로 꿈을 말하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프로 연주자로서 팬데믹 기간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인내의 흔적이 느껴졌다.

국내외 연주 일정이 속속 다시 잡히면서 거주지인 독일 베를린에서 잠시 귀국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는 선우예권은 음악과 삶에 대해 한층 감사하는 자세로 관객들을 만나가고 있다고 했다.

"공연 하나하나가 쉬운 게 아니잖아요.

가볍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그만큼 속상함이 컸는데, 이제는 정말 지난 2년과 비교해서 연주 일정이 확연히 많아져서 그저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지난달 세종문화회관 '디어 슈베르트'의 두 차례 무대에 이어 지난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북미의 유서 깊은 몬트리올심포니오케스트라(OSM)와 협연을 마친 그는 오는 23일 마포아트센터 'M 소나타 시리즈' 독주회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 드뷔시를 들고 국내 관객을 만난다.

2년 전부터 염두에 뒀던 레퍼토리로 선우예권의 연주로는 그동안 들어보기 어려웠던 구성이다.

"1부 슈트라우스 곡은 가슴을 좀 뭉클하게 만드는 멜로디가 있고요.

2부에서는 다채로운 색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꾸며봤습니다.

팬데믹이라는 어둡고 우울한 시기를 거친 분들에게 다채로운 색상들이 머릿속에서 환하게 펼쳐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해볼 생각이에요.

"
앞으로 일정도 빡빡하다.

당장 다음 달에 대만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과 호흡을 맞추는 듀오 콘서트가 있고, 하반기에는 포르투갈과 스위스, 이탈리아 음악축제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음반 준비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연주 일정만으로 분주한 중에 연습 외에 다른 연주자나 악단의 연주회를 찾거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동은 평소 잘 하지 않았는데, 올봄부터 베를린에서 가벼운 근육운동을 시작했어요.

피아노는 연주해야 할 레퍼토리도 아주 많고, 연주 여행을 위해서는 체력 유지가 필요한데 서른이 넘어가니까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근에는 독일 하노버음대 스승인 베른트 괴츠케가 추천해 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미켈란젤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는 클래식만 들을 것이라는 대중의 선입견과 달리 흘러간 가요도 즐겨 듣는다고 한다.

그는 특히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발라드 음악들은 멜로디 외에도 시적인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싸이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느린 발라드곡을 많이 들어요.

이선희·장혜진·바비킴·허각·조덕배 같은… 주로 연주를 위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때 즐겨 들어요.

"
자신에 이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배 임윤찬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선우예권은 2019년 '명동성당과 함께하는 코리아 영 아티스트' 시리즈의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15세의 임윤찬을 추천한 인연이 있다.

"윤찬이는 굉장한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음악을 대하는 너무나 훌륭한 연주자예요.

옆에 좋은 스승님(한예종 손민수 교수)도 계시니 특별히 염려되는 건 없어요.

얼떨떨하고 커리어를 어떻게 갖고 갈지 고민도 많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