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중성은 삶의 모습도 마찬가지죠. 이중적 느낌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재료가 금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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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모습을 단순화한 '동구리'를 20여 년 그려 온 권기수(50) 작가가 금박을 입힌 그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화랑 아뜰리에 아키에서 지난 12일 개막한 권기수 개인전에서는 금을 고유의 회화언어로 삼은 작품 등 신작 20여 점이 전시됐다.
전통적으로 금이 쓰인 그림은 종교적 성상화(聖像畵)나 임금의 초상화(어진) 등으로 신성과 권위를 상징한다.
그러나 동구리 그림에 쓰인 금박은 이런 금의 상징성과는 거리가 있다.
귀엽게 그려진 사람, 화초와 어우러진 금은 관습적 시선에서 벗어난다.
이번 신작들의 화면에 입혀진 금박은 분명 반짝이면서도 드러나기보다 배경으로 물러난 느낌을 준다.
특히 4폭 병풍 한국화처럼 제작한 작품에서는 고서화의 누런 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금박을 소재로 택한 이유로 금의 이중성을 들었다.
권기수는 "금이 가진 이중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다"며 "금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면서도, 탐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런 이중성이 화면에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그가 자신을 "그림쟁이"라고 부르는 것과 연결된다.
그는 "사실 그림도 금과 비슷하다"면서 "과거에는 그림을 소유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향유했고, 그런 그림을 만드는 작가는 대부분 신분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제가 작업한 것은 부유한 분들이 갖게 되는데, 저는 그림쟁이"라고 했다.
미술에는 굉장한 괴리 현상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술을 정신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물질에서 못 벗어나기도 해서 작가로서 작업하면서 괴롭다"며 "이런 이중적 느낌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재료가 화려한 색감과 금이었다"고 설명했다.
권기수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작업실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그가 컴퓨터로 그린 그림을 직원들과 함께 캔버스에서 구현하는 방식이다.
금박을 입히는 과정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가가 전담한다고 한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