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가능성 높아"…74년 사상 비영어 드라마 첫 작품상도 도전
"수상 못해도 큰 의미…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것 보여준 작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미국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다시 한번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에미상은 그동안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에만 작품상 수상 자격을 줬다.

'오징어 게임'은 그 장벽을 깨고 후보에 오른 첫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함께 남녀 주·조연상, 감독·각본상 등 14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만큼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1949년 처음 개최된 후 줄곧 영어권 수상작만 나온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25개 부문에 걸쳐 최다 후보에 오른 HBO '석세션'을 꺾고 작품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전 세계에 '오겜' 신드롬 강타…작품상 안을까
지난해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유례없는 흥행을 거두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17일 공개되고 이틀 만에 4위로 글로벌 순위권에 진입한 후 106일 동안 10위권을 지켰다.

또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 시간 16억5천45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중 약 95%가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포함해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됐다.

이처럼 글로벌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오징어 게임'의 대중성은 에미상 경쟁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주로 영미권 내에서 인기를 끄는 '석세션'에 비해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인기가 있었다"며 "에미상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시대를 읽고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면서 다양한 캐릭터로 사회를 신랄하게 고발했다는 점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따라올 작품이 없다"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상 불발해도 큰 의미"…최초 기록 써온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에 후보로 오른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에미상 이전에도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시상식을 휩쓸며 '최초' 기록 작성을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다음 달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수상작으로 뽑혔다.

'깐부 할아버지 일남'으로 열연한 원로배우 오영수는 한국 배우 최초로 지난 1월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지난 2월 미국배우조합(SAG)상에서는 이정재가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SAG 남녀주연상, 정호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비영어권 배우가 미국 배우조합이 주는 연기상을 받은 것도 최초였다.

같은 시상식에서 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에서 TV 드라마 부문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와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차지했고, 크리틱스 초이스 슈퍼 어워즈에서 액션 시리즈 부문 작품상에 선정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에 에미상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후보 선정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까지는 서구권의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작품들이 문화를 이끌어왔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 판을 뒤엎었다"며 "작품성과 대중성은 입증됐지만 서구권의 문화적 차별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