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기…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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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도윤(현우석 분)을 찾아온 아버지 승원(정웅인)은 다시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도윤은 승원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태도가 탐탁지 않다.
아버지가 찾아오기 전까지 도윤은 호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한국에서는 쥐꼬리만 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도 '고졸'이니 '고아'니 꼬리표가 많지만 호주에서는 '한국인'이란 정체성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호주행은 물거품이 되고, 도윤은 우여곡절 끝에 승원의 집에서 살게 된다.
여전히 모든 것이 껄끄러운 도윤은 승원을 '아버지'가 아닌 '아저씨'라 부른다.
갑작스레 생긴 동생 재민(박상훈)도 외면하기 일쑤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도윤은 "어쨌든 동생이고 어쨌든 아버지"라며 승원과 재민을 비로소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를 위한 아이'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도윤이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와 배다른 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언뜻 도윤이 다시 만난 가족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듯하다.
그러나 승원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도윤이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는 홀로 남겨진 동생의 보호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제목은 도윤과 재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오롯이 둘만 남게 된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처한 위기에서 정면 돌파를 택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이승환 감독은 12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만든 선택지에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싶었다.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고민하고 개척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얼마나 취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키워드만 보면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물들을 너무 어둡거나 힘들게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함께 응원하며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1일 개봉.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