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식충식물 방어 경로에 활용되는 칼슘 수치로 먹잇감 포획
'공격이 최선의 방어'…벌레 먹는 식충식물 출발은 해충 방어
'끈끈이주걱'과 같은 식충식물은 대체 어쩌다 곤충을 잡아먹게 된 것일까?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 과학자들이 드디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솔크연구소에 따르면 '솔크분자세포실험실' 책임자인 조앤 코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식물이 벌레를 잡아먹는 행위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메커니즘에서 출발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먹잇감이 걸려들었을 때 식충식물의 잎 내 세포에서 칼슘 분자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분자 단위에서 들여다 봤다.

이런 칼슘 수치의 변동은 잎의 움직임으로 이어져 먹잇감을 잡게 되는데, 이는 방어 호르몬 증가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자들은 끈끈이주걱(Drosera spatulata)과 같은 식물이 영양이 부족한 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생활에 적응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유전자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세포 차원에서 식충 행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식충 식물이 어떻게 잎을 움직이고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지 등 벌레를 잡아먹는 것과 관련된 행동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에 관해서도 확신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도구를 활용해 끈끈이주걱의 잎에 먹잇감인 곤충이 앉았다가 끈적한 분비물에 붙잡힐 때 잎 내 칼슘 분자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포착했다.

칼슘 신호는 비식충식물에서 해충퇴치 방어 경로인 '자스몬산'(jasmonic acid) 방출을 통해 생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스몬산은 끈끈이주걱을 비롯한 일부 식충식물의 먹잇감 포획에서 중요한 요소인 전기적 활성에 반응하는 역할을 하는데, 연구팀은 비식충식물의 방어 경로와 같은 방식이 끈끈이주걱의 식충 행동에도 필요한지를 분석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벌레 먹는 식충식물 출발은 해충 방어
그 결과, 끈끈이주걱이 잎을 안으로 접어 먹잇감을 소화액으로 감쌀 때 자스몬산이 작용하는 유전자가 활성화하려면 식물 세포 내의 칼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살아있는 먹잇감이 아닐 때와 칼슘 경로가 차단됐을 때는 끈끈이주걱의 잎이 덜 접히는 것도 관찰됐다.

이런 점들은 칼슘이 식충식물의 먹잇감 포획 반응을 돕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으로, 자스몬산이 곤충을 소화하는 것과 연관돼있다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학의 이반 라딘 연구원은 "식충식물이 촉각과 같은 먹이와 연관된 기계적 시뮬레이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것은 매력적이었다"면서 "기계적 힘을 알아채고 반응하는 능력은 대부분의 사람이 식물과 연관 짓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코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비식충식물이 해충의 기계적 자극에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유사하게 (식충식물에서도) 칼슘이 자스몬산 반응과 연관돼 있고, 이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끈끈이주걱의 식충 활동이 방어경로를 통해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