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영정 교수, 분석…"활자 사용 시기 등 일차적 확인"
13일 국립고궁박물관서 '인사동 발굴 성과와 나아갈 길' 학술대회
"인사동 출토 한글금속활자 일부, 세조때 인쇄된 글자와 가까워"(종합)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무더기로 나온 조선시대 전기 금속활자 가운데 한글 활자 일부가 세조 재위기(1455∼1468년)에 간행된 글자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언제, 어떤 책을 인쇄할 때 해당 활자를 썼는지 구체적으로 추정한 성과다.

서지학자인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오는 13일 열리는 '2021 인사동 발굴, 그 성과와 나아갈 길' 학술대회에 앞서 공개한 발표문을 통해 인사동에서 출토된 한글 금속활자를 연구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도심 탑골공원 인근 인사동 피맛골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조선 전기 금속활자를 비롯해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하던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부품 등이 한꺼번에 출토됐다.

금속활자의 경우, 한자 활자 1천여 점과 한글 활자 600여 점 등이 나왔는데 세종이 지시해 신숙주·박팽년 등이 1448년 편찬한 운서(韻書)인 '동국정운'(東國正韻) 표기법을 사용한 활자와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확인돼 주목을 끌었다.

옥 교수는 당시 출토된 한글 금속활자를 크기와 유형에 따라 대(大), 중(中), 소(小), 특소(特小), 연각(連刻) 등으로 나눈 뒤 각 활자를 써 인쇄한 간행본 사례와 활자를 비교·분석했다.

"인사동 출토 한글금속활자 일부, 세조때 인쇄된 글자와 가까워"(종합)
그 결과, 중간 크기의 한글 활자(한글 중자·총 89점) 일부는 1461년(세조 7년)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언해본 글자와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옥 교수는 각 글자를 비교한 사진을 제시하며 "을해자본의 분량이 적어 동일 글자의 대조군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한 글자씩 대조해 보면 글자의 모양이 거의 일치하는 활자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옥 교수는 출토된 한글 활자 가운데 작은 크기의 활자 역시 세조 시대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이 봤다.

그는 총 297점이 출토된 한글 소자 활자가 1461년 간행한 '대불정여래밀인수증료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 을해자 글씨와 '가깝다'고 판단했다.

옥 교수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활자라는 것은 인류의 지식 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문물인데 어느 시대, 어떤 책을 찍을 때 이 활자를 썼는지 등을 일차적으로 확인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현존하는 활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나 관련 자료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므로 (이번에) 출토된 활자에 대한 분석과 서체 분석이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사동 출토 한글금속활자 일부, 세조때 인쇄된 글자와 가까워"(종합)
학술대회에서는 금속활자 외에도 과학 유물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할 예정이다.

당시 출토된 유물 중에는 '자격루'와 같은 물시계 부속품 '주전'(籌箭) 일부로 보이는 동제품도 나왔는데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은 어느 왕대에 제작된 것인지 연구한 내용을 발표한다.

그는 '세종실록'을 비롯한 각종 문헌을 고찰한 논문에서 "1536년 창경궁에 설치된 새 보루각을 완성하면서 개량한 주전이거나 1438년 흠경각옥루, 1554년 다시 제작된 흠경각 옥루의 주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이 가운데 중종 대에 (제작된) 자격루 부속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과 함께 개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13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다.

참석자들은 인사동 유적의 발굴·조사 성과와 주요 유물의 가치 등을 연구한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과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제 발표 뒤에는 종합 토론이 이뤄진다.

인사동 발굴에 관심이 있다면 현장에서 등록 절차를 거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

"인사동 출토 한글금속활자 일부, 세조때 인쇄된 글자와 가까워"(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