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회담서 中논의 있었다"…"러시아와는 장기적 안목서 관계 관리"
박진 "중국과 평등외교는 당연…中도 보편가치 중시해야"
박진 외교부 장관은 11일 "중국과 평등외교는 당연한 것"이라며 "중국이 우리를 존중해 주고 우리도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서로 상생·발전하는 것이 가장 건전한 한중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정례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가 한중간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것이 "서방에 맞추기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대면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한중이 상호존중과 신뢰를 쌓으면서 평등하게 협력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새 정부가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해 대중외교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면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리에서 8일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중국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하며 "중국이 규범과 가치를 지키면서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공동으로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미일 회담 다음날인 9일 개최된 미중 외교장관회담을 언급하며 "그것도 다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발리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보도자료에서 "3국 장관이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 과제에 관한 관점을 공유했다"고 언급해 중국 문제가 의제로 올랐음을 공개했다.

여기엔 미국이 대중 견제 전선에서 한미일 3국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한국 측 자료에는 중국 관련 언급이 없었다.

이처럼 한중이 새로운 관계 설정을 탐색하는 가운데 조만간 박 장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한중간 고위급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한중 경제 통상을 제대로 발전시킬 전략적 소통과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우리가 상호 방문을 해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향후의 방향을 논의해 보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제가 중국을 방문해서 그러한 이야기들을 계속 진행시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역대 최악의 상태에 처한 한러관계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한국 간의 실질적인 경제통상, 에너지 협력 등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서 러시아에 가 계신 재외동포나 우리 기업들이 우선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론했다.

이런 입장을 발리 G20 회의에서 조우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설명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박 장관은 다음 달 초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 지역 안보포럼(ARF)등의 회의체가 연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울러 박 장관은 "글로벌 가치 외교를 위해 유엔 3대 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가치, 규범에 기반한 다자·소다자협의체에도 적극 참여해 나가겠다"며 "이런 차원에서 9월에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 고위급에서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