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스퀘어는 스스로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기업'이라고 강조한다. 건물 임대차, 매매 등을 넘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내 오피스 빌딩, 물류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해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업체라고 자부한다. 국토교통부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물류창고는 전국 4000여 곳이지만, 알스퀘어는 3배에 이르는 1만2000곳의 물류창고 데이터를 갖고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알스퀘어를 이끌고 있는 이용균 최고경영자(CEO·대표·39)와 윤수연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35)를 만나 창업 스토리와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윤수연 알스퀘어 상무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윤수연 알스퀘어 상무가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윤 상무는 '알스퀘어 CFO'라는 직함보다 전 직장 경력이 더 눈에 띄는 인물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고, 바클레이스(홍콩) 애널리스트, HSBC(홍콩) 어소시에이트, 콜러캐피털(홍콩) 시니어 어소시에이트 등을 거쳤다. 알스퀘어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뉴욕)에서 상장 전 '프리IPO'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그가 한국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윤 상무의 답변은 이렇다. "해외 생활을 좀 오래 하다 보니까 이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대학교 때 친구가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일하고 있는데 알스퀘어를 소개해줘 오게 됐습니다."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그에게 한국 스타트업은 어떤 느낌일까. 윤 상무는 "역동적이어서 좋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전 회사들은 규모도 크고, 시스템이 A부터 Z까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야 되는지 다 확정돼 있었는데 알스퀘어는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이 매주, 매달 보이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역동적이고 성취감도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와튼스쿨 시절 윤수연 상무(맨 오른쪽). 알스퀘어 제공
와튼스쿨 시절 윤수연 상무(맨 오른쪽). 알스퀘어 제공
윤 상무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1년 홍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바클레이스에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후 HSBC에서는 투자은행 분야에서 일했고, 사모펀드 콜러캐피털에선 기업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홍콩에서 일한 것만 7년 정도다.

"홍콩에 그렇게 있다 보니까 좀더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치고 뉴욕으로 가서 블랙록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거기서 프리IPO 단계 회사들에 투자하기도 하고, 주식 투자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함께 자리한 이용균 대표에게는 곧바로 회사 소개를 부탁했다. 이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알스퀘어는 비주거용 부동산 정보를 수집해서 임대차부터 매각까지 모든 사업을 하고 있어요. 상업용 부동산 정보 분석도 하고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이해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고 있고, 그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 대표는 당초 창업자의 길을 걸어갈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컨설턴트 생활을 하던 중 20대 후반이었던 2012년 알스퀘어를 사들이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저는 컨설팅 회사에 6년 정도 다녔었고요. 원래 알스퀘어를 창업했던 분을 컨설턴트 업무를 하다가 만났었습니다. 제가 사업을 조금 도와주다가 경영까지 맡게 된 거죠. 당시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에 투자한 금액은 거의 없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뭔가 빛을 본 것일까. "일단 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있었고요. 저는 원래 사업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식이 아니라 뭔가 열심히 하면 조금 더 잘되고, 머리를 쓰면 더 잘될 거라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어요. 어찌 보면 그래서 망하지는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유니콘 기업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알스퀘어는 지난해 수주매출(수주액 기준 매출) 1200억원을 기록했다. 회계상 매출은 1000억원이 조금 안되는 수준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조선업도 그렇지만, 저희도 회사 가치를 설명할 때는 수주매출이 좀 더 의미 있는 숫자라고 생각해서 수주매출을 얘기하는 편입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저희가 급성장했다고 볼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갑자기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회사 경영을 시작한 뒤 4~5년간 계속 정보 모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비중을 뒀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5년 전부터는 꾸준히 성장해 왔죠."

알스퀘어는 지난해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8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해 본엔젤스, Z벤처캐피탈, 한국벤처투자 등에서 약 29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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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상무는 알스퀘어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했다. "저희가 사실 잘 들여다보시면 데이터 기업이에요. 그런데 기업가치를 평가한다고 하면 절대평가도 있고, 상대평가도 있잖아요. 절대평가는 기업의 현금 흐름을 예측해서 하는 거고, 상대평가는 다른 기업에 비해 얼마나 가치가 있느냐 이런 건데요. 데이터 기업은 연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가 최소 10배에서 20배까지 나오거든요. 저희가 작년에 수주매출 1200억원을 했는데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거죠." 수주매출로 기업가치를 따진다면 이미 1조원 이상 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윤 상무는 알스퀘어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저희는 일단 유니콘 달성하는 거는 무리가 없을 것 같고요.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이 고평가되는 시기잖아요. 저희가 몇 년 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투자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윤 상무의 설명이다. "IPO 주관사 연락도 많이 오는데 그렇게 흑자를 낼 수 있는 기업인 것은 충분히 알아주고 계신 것 같아요.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 많이 성과를 내고 있고, 데이터 그동안 모은 것 활용해서 해외로도 나가고 있고, 이런 그림을 잘 만들면 유니콘을 넘어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주목

알스퀘어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부동산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직원을 파견해 이미 상당한 데이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구상하는 해외 사업은 이렇다. "국내 회사 중에 해외에서 부동산을 활용해서 또는 부동산이라는 테마를 갖고 진출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그걸 성공적으로 한 경우도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 '프롭테크' 영역에서 해외에 나가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회사가 아직은 없거든요. 저희는 한국 시장을 넘어서 '팬아시아'를 중심으로 비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그럴 때 데이터 가치도 훨씬 더 커진다고 보고 있거든요."

해외 기업들의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싱가포르에 있는 기관 투자사들이 동남아를 대상으로 투자나 여러 가지 활동을 할 때 데이터들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게 나라마다 거래 구조도 그렇고, 데이터가 정제돼 있지 않다 보니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저희는 해외를 주 무대로 생각하는 글로벌 회사들을 타깃으로 하고 싶은 거죠."

동남아 부동산 시장은 '기회의 땅'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저희가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투명성인데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날 수 있는 나라들이 동남아에 있거든요. 유럽이나 미국보다 좀 후진적이고 데이터도 정제돼 있지 않고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곳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들어가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해외 그 안에서도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사업 등으로 급성장

알스퀘어는 상업용 부동산 인테리어 사업도 키우고 있다. 이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가 밸류체인상 전방과 후방을 다 하고 있거든요. 임대인에게 공간을 구해드리고, 그 이후에 인테리어 사업도 하고 있는데 매출 비중이 꽤 큽니다. 영업이익이나 이런 것은 반반 정도입니다."

알스퀘어 사업은 크게 부동산 중개 사업(임대차, 매각 등)과 부동산 연계 사업(인테리어, 데이터 사업 등)으로 나뉜다. 이 두 개의 사업이 영업이익으로는 반반 정도의 비율이라는 설명이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가 자사의 부동산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가 자사의 부동산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알스퀘어 제공
이 대표는 자체 개발한 상업용 부동산 솔루션도 소개했다. 지도상에서 특정 건물을 클릭하면 사진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저희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데이터 같아요. 이런 솔루션도 다 자체 개발한 거죠. 한국경제신문사 바로 옆에 있는 '센트럴 플레이스' 건물을 한번 볼까요? 저희가 이렇게 센트럴 플레이스 기본 정보들은 다 갖고 있어요. 임대 정보, 계약 정보 등등은 기본이죠. 다 확인한 거예요. 이런 거는 어디서 긁어오거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상업용 부동산 1위 업체이다 보니까 상당수 계약을 따내고 있고, 그런 (임대차, 매매)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다 들어가 있고요."

알스퀘어 솔루션을 활용하면 빌딩 거래 동향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누구에게 판매할 수 있을까. 이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사실은 건물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판매가 가능하죠. 우선 건물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모두 필요할 테고요. 부동산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들도 시세나 이런 걸 제대로 알아야 할 겁니다. 저희가 제일 많이 제휴를 하는 곳 중에 하나는 주차장 사업자들이에요. 보안 회사들도 마찬가지고요. 세콤(에스원)과 같은 곳들은 새로 짓는 신축 건물들 찾아다니면서 '우리 제품 좀 깔아주세요' 이런 것들을 하거든요. 전기 충전소도 비슷합니다. 시공사들도 마찬가지일 거고, 작게는 건축자재 회사들도 그렇죠."

알스퀘어를 지난 10년간 키워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데이터를 모으다 보면 저희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죠. 오해를 하시고 경찰서에 같이 가서 소명을 한 적도 있었고요. 저희가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주에게 편지도 써서 보내고 그러는데 한번은 알고 보니까 그게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곳인 적도 있었죠. 신격호 회장 관련 건물도 있었고요. 연예인들이 갖고 있는 건물이라든지 그런 에피소드들이 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 알스퀘어는 어떤 모습일까. 이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또는 공간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차별화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혁신을 해나가려 한다"며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알스퀘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참, 한가지 더

알스퀘어가 확보한 데이터는 얼마나 될까

알스퀘어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용자들이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 정보를 16만 건 이상 갖고 있다. 16만 건이라는 의미는 사실상 건물 16만 개 정도의 뜻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국내 오피스·리테일 14만 건을 비롯해 국내 물류창고 1만2000건, 베트남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 1만 건 등이다.

알스퀘어는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등록된 전체 물류창고 수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국토부에 등록된 물류창고가 4700개 정도"라며 "알스퀘어는 공사 중인 물류창고 등을 포함해 1만2000곳 정도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알스퀘어는 건축물대장을 통해 알 수 있는 데이터뿐 아니라 임대인이 원하는 업종과 건물 관리 현황 등 정성 정보까지 제공한다. 직접 방문해 확인한 뒤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대부분 발품으로 얻은 정보다. 임대인의 건물 매각 계획과 개별 냉난방 설치 가능 여부, 주차장 24시간 이용 가능 여부, 시간당 주차요금, 화장실 유형 등의 데이터까지 보유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