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농협은행 서울 강남역금융센터. 한 소비자가 방문해 인테리어와 부모님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겠다며 현금 1590만원을 출금해달라고 했다. 여러 정황상 금융사기란 걸 직감한 직원의 설득 끝에 이 고객은 사기범의 요청 사실을 털어놨다. 직원이 즉각 경찰에 신고해 피해를 막았다. 지점장은 인출책 검거를 위해 피해자와 택시에 동승해 현금 전달 장소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와중에 농협은행이 두터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 피해를 예방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농협은행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의심 계좌 모니터링이나 창구 직원의 노력을 통해 예방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137억7400만원(1545건)에 달했다. 2020년과 작년에 각각 194억9800만원(1501건), 247억1800만원(2048건)의 피해를 막은 것과 비교할 때 실적이 매년 좋아지고 있다.

농협은행이 올 들어 경찰로부터 받은 감사장만 126개에 이른다. 지난 4월 안양호계금융센터의 한 직원은 한 고객이 오래 납입한 주택청약저축을 해지해달라고 하면서 누군가와 계속 통화하는 모습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이 직원은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장을 받았다.

2020년부터 모든 영업점 직원을 대상으로 매월 화상교육을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 따른 성과라는 평가다. 대출빙자 문자사기를 막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송한 주의 메시지만 1227만건에 이른다.

이수경 농협은행 부행장은 “앞으로도 의심계좌 모니터링 고도화, 교육, 홍보 등 다양한 금융 소비자 보호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