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냉·난방설비부터 도배까지 '뚝딱'…제주 에너지를사랑하는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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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에너지공단 연수생 친목 모임서 봉사 단체로
수리한 집만 200채…정종철 회장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일단 몇 번 해봐야 해요.
봉사의 참 의미를 찾을 때까지 충분히 해보세요.
분명 행복해질 겁니다.
" 지난 18년간 홀로 사는 어르신과 저소득층 가정 등을 찾아 수리한 집만 200채가 넘는 정종철(50) 에너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에사모) 회장의 말이다.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제주외국어고등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정 회장은 1991년 4월부터 31년 넘게 제주도교육청 기계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다.
에사모는 2004년 초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진행된 보일러 관련 연수를 다녀온 기계직 공무원, 보일러 기사 등 약 30명으로 시작됐다.
처음 창립 당시 에사모는 단순 친목 모임이었다.
정 회장은 "에사모 모임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으니 술만 마시고 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다른 회원들에게 먼저 우리의 재능을 살려 뜻깊은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흔쾌히 당시 총무였던 정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에사모 회원들은 2004년 6월부터 매달 한 번씩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 회장이 봉사활동에 지금처럼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1년에 몇 번은 단체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 봉사는 '남을 돕는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봉사가 남을 도와주는 일에서 그의 행복을 위한 일이 된 것은 봉사 단체를 창립해서도 1년이 지난 후였다.
그는 "2005년 여름 여느 때와 같이 에사모 회원들과 혼자 사시는 어르신 집수리를 갔는데 할머니께서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처럼 낡은 집은 수리해 주지 않아도 되는 데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그 요구르트는 먹다 남은 요구르트였다.
할머니께서 아껴뒀다 나중에 드시려고 했던 요구르트를 고마운 마음에 내게 주신 것"이라며 "할머니가 나에게 전 재산을 주신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봉사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다는 '봉사의 참맛'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30명으로 시작했던 에사모 회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냉·난방설비를 비롯해 도배와 전기, 창호 등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 홀로 노인과 불우이웃 가정, 사회복지시설로 봉사를 나선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시 자원봉사센터 등과 협력해 사랑의 청소년 공부방 만들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장애인 복지시설인 성심원 사랑의 집과 자매결연해 재능기부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당시 집수리 등 대면 봉사활동이 위축되면서 시작한 바다 쓰레기 줍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에사모는 최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돼 보조금을 받게 됐다.
에사모는 이 보조금을 활용해 홍익보육원에 원아를 위한 개인 사물함을 제작해 설치해줄 예정이다.
그동안 에사모 회원과 가족 2천392명이 315회에 걸쳐 1만5천830시간 동안 제주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정 회장은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고 했다"며 "우리의 봉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
수리한 집만 200채…정종철 회장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일단 몇 번 해봐야 해요.
봉사의 참 의미를 찾을 때까지 충분히 해보세요.
분명 행복해질 겁니다.
" 지난 18년간 홀로 사는 어르신과 저소득층 가정 등을 찾아 수리한 집만 200채가 넘는 정종철(50) 에너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에사모) 회장의 말이다.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제주외국어고등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정 회장은 1991년 4월부터 31년 넘게 제주도교육청 기계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몸담고 있다.
에사모는 2004년 초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진행된 보일러 관련 연수를 다녀온 기계직 공무원, 보일러 기사 등 약 30명으로 시작됐다.
처음 창립 당시 에사모는 단순 친목 모임이었다.
정 회장은 "에사모 모임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으니 술만 마시고 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다른 회원들에게 먼저 우리의 재능을 살려 뜻깊은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흔쾌히 당시 총무였던 정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에사모 회원들은 2004년 6월부터 매달 한 번씩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 회장이 봉사활동에 지금처럼 '진심'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1년에 몇 번은 단체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 봉사는 '남을 돕는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봉사가 남을 도와주는 일에서 그의 행복을 위한 일이 된 것은 봉사 단체를 창립해서도 1년이 지난 후였다.
그는 "2005년 여름 여느 때와 같이 에사모 회원들과 혼자 사시는 어르신 집수리를 갔는데 할머니께서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나처럼 낡은 집은 수리해 주지 않아도 되는 데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그 요구르트는 먹다 남은 요구르트였다.
할머니께서 아껴뒀다 나중에 드시려고 했던 요구르트를 고마운 마음에 내게 주신 것"이라며 "할머니가 나에게 전 재산을 주신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봉사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한다는 '봉사의 참맛'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30명으로 시작했던 에사모 회원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냉·난방설비를 비롯해 도배와 전기, 창호 등 전문적인 기술을 통해 홀로 노인과 불우이웃 가정, 사회복지시설로 봉사를 나선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시 자원봉사센터 등과 협력해 사랑의 청소년 공부방 만들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장애인 복지시설인 성심원 사랑의 집과 자매결연해 재능기부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당시 집수리 등 대면 봉사활동이 위축되면서 시작한 바다 쓰레기 줍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에사모는 최근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돼 보조금을 받게 됐다.
에사모는 이 보조금을 활용해 홍익보육원에 원아를 위한 개인 사물함을 제작해 설치해줄 예정이다.
그동안 에사모 회원과 가족 2천392명이 315회에 걸쳐 1만5천830시간 동안 제주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정 회장은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고 했다"며 "우리의 봉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