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 사태에 당헌당규 해석 엇갈려…당권주자 이해관계 따라 격론 가능성
李대표는 당원권 정지 끝난 뒤 복귀 시도 전망…사퇴 압력은 커질듯
비대위? 임시전대? 차기지도체제 시나리오는…당권투쟁 조기 점화
이준석 대표가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사실상의 리더 부재 상황을 맞이한 국민의힘은 격랑에 휩싸인 모습이다.

당장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둔 차기 당권주자들의 내부 권력투쟁도 조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의사결정의 길잡이가 되어야 할 당헌·당규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해 당분간 '이준석 징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원권 정지 기간 이 대표가 당 안팎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나 전당대회 개최 문제가 복잡하게 돌아갈 수 있어 보인다.

비대위? 임시전대? 차기지도체제 시나리오는…당권투쟁 조기 점화
◇ "즉시 직무정지" vs "열흘 소명 기간 있다"
일단 윤리위 징계에 따라 이 대표의 직무가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정지되는지를 두고 당내 해석과 이 대표 측 해석이 엇갈린다.

당에서는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나온 순간부터 이 대표가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해석이 일차적으로 나온다.

이 경우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이번 결정의 후폭풍을 수습하게 된다.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된 당헌 29조를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열흘 간 소명 기간을 거친 뒤부터 직무가 정지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당헌에 명시된 윤리위원회 규정 중 재심청구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는 논리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열흘 간 소명 기회가 있기 때문에 윤리위 징계 즉시 직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도 이 대표가 주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임시전대? 차기지도체제 시나리오는…당권투쟁 조기 점화
◇ 李대표 '궐위'시 '임시 전당대회' 개최 시나리오
이 대표의 최종적인 거취는 경찰 수사 결과와 당 안팎의 여론 등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일단 당원권 정지 기간 6개월이 지난 뒤 당 대표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당내에선 대표 궐위 상황을 전제로 차기 지도체제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선 '징검다리 전당대회'(임시 전당대회) 시나리오가 있다.

이는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열도록 한 당헌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임시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대표는 이 대표의 임기인 내년 6월까지만 당 대표직을 수행하므로 총선 공천권이 없다.

그러나 내년 6월까지 약 9개월간 전국 당협위원회 구석구석을 다지는 동시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당 대표 지위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교감할 수 있다는 점도 정치적 메리트로 꼽힌다.

징검다리 대표를 맡아 내년 6월까지 당 혼란을 잘 수습한다면 정식 전당대회에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벌써 당내에선 주자들이 물밑에서 경쟁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나 인수위원장으로 활약한 뒤 입당한 안철수 의원이 임시 전당대회에 나설만한 당권주자로 꼽힌다.

비대위? 임시전대? 차기지도체제 시나리오는…당권투쟁 조기 점화
◇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임기 2년 당대표 곧바로 선출' 의견도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연말 정도까지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한 뒤 이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내로 좁혀지는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

이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대표는 임기 2년으로, 총선 공천권까지 갖게 된다.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선호하는 안으로 알려져 있다.

권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당장 원내대표를 사임하기에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비대위'를 거쳐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한 내년 상반기 중 전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여기에 비대위원장이 원외 인사라면 상대적으로 권 원내대표에게 정치적 주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된다.

여러모로 '비대위 시나리오'가 권 원내대표에게 유리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비대위? 임시전대? 차기지도체제 시나리오는…당권투쟁 조기 점화
이밖에 당내에선 이 대표 징계 후 당헌·당규를 개정해 정식 전당대회를 치르고, 임기 2년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헌·당규를 해석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에서 당권 주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 내홍이 증폭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처럼 차기 지도체제를 둘러싼 시나리오가 분분한 가운데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를 반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장 윤리위 재심 청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 해체, 최고위를 통한 윤리위 결정 무효화 등이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