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재개에 석탄 발전↑…우크라발 에너지난도 영향
메탄·이산화탄소 등 배출 증가…中 탄광개발 확대 우려 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위성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로스는 지난 6월 말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화석연료의 메탄 배출이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석유나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개발·생산 확대 과정에서 기후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하는 메탄의 배출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화석 연료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유럽을 중심으로 각국의 에너지난이 가중되면서 화석 연료 의존도가 다시 커져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시 더 내뿜는 온실가스…커지는 화석연료 러시 경고음
◇ 세계 곳곳서 온난화 복병 '메탄' 배출 증가
케이로스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전 지역인 퍼미언 분지에서 올해 1분기 메탄 배출량이 전 분기보다 약 33%, 작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미 동부 애팔래치아산맥 탄전에서는 지난해 석탄 생산이 13% 늘었는데 메탄 배출은 더 많은 20% 증가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알제리 등 주요 화석연료 부국에서도 메탄 배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탄광 개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정부기구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2021년 중반 이후 중국의 탄광 개발 붐이 세계 메탄 배출량을 10%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하반기 전력난을 덜기 위해 석탄 생산을 늘린 중국은 연간 5억5천9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신규 탄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GEM은 전했다.

이는 세계 3위 석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생산량과 같은 규모다.

라이언 드리스켈 테이트 GEM 분석가는 "중국의 신규 탄광 개발 열풍은 수백 개의 새로운 메탄 배출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탄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적 노력이 발목이 잡힐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00여개국은 지구 온난화의 복병인 메탄을 2030년까지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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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발 에너지 대란에 석탄 부상…"재생에너지가 결국 더 큰 이득"
우크라이나 사태발 에너지 대란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유럽의 에너지난이 커지고 있고, 원유 등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자 일부 EU 회원국이 석탄 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독일은 동절기용 가스 비축을 위해 기존에 가스로 생산하던 6TWh(테라와트시) 전력을 석탄으로 전환해 생산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도 석탄 발전소의 재가동이나 발전량 증대 등 비상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탄을 대체하기 위해 EU 회원국의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석탄 수입은 올해 상반기에 작년보다 40%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전용 석탄의 공급도 불안해지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석탄 가격이 작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뛰었다.

아시아의 주요 석탄 가격 지표인 호주산 가격이 최근 t당 400달러를 넘기도 했다.

화석 연료 의존도가 커지면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3억t으로 전년보다 6%(20억t)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하며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한 영향이 컸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지난해 천연가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5억t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에서도 중국의 비중이 33%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석탄에 다시 눈을 돌리는 국가가 잇따르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바이어스 에이드리언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카운슬러와 패트릭 볼턴 영국 임페리얼대학 교수 등은 IMF 블로그를 통해 석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기후와 건강에 미칠 피해를 피하는 데 따른 이득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세기 말까지 얻을 순이득이 거의 78조 달러(10경1천89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5분의 4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