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 투표자 대비 찬성률로는 평균보다 15.5% 포인트 높게 나와
현대차 연구직 파업 찬성률, 생산직보다 높아…'성과 분배 불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파업 찬반투표에서 연구직 조합원 찬성률이 생산·기술직보다 더 높게 나타나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사무직 노조 설립 등으로 표출된 연구·사무직들의 성과 분배 요구 분위기가 파업 찬성률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현대자동차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벌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에 따른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 전체 조합원(4만6천568명) 중 4만958명(투표율 87.9%)이 참여해 3만3천436명(재적 대비 71.8%)이 찬성했다.

연구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양위원회(남양연구소)만 보면, 재적 조합원 5천866명 중 4천577명(투표율 78%)이 투표했고, 이 중 4천442명(재적 대비 75.7%)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양연구소 찬성률이 울산·전주·아산공장과 판매위원회 등을 합한 평균 찬성률보다 3.9% 포인트 높은 것이다.

투표자 대비 찬성률로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남양연구소 찬성률은 97.1%로 전체 평균 81.6%보다 15.5% 포인트나 더 높다.

노조는 그동안 사측의 '표 분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이 각 소속 지역에서 투표한 것을 울산공장으로 모아서 섞은 후 개표해왔다.

올해는 편이성과 신뢰성을 고려해 처음으로 지역별 개표했는데, 연구직 조합원들 파업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

특히,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현재 최대 주 2일 재택근무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투표율 자체도 낮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연구직이 임금과 성과급에 가진 불만을 파업 찬성을 통해 표출한 것으로 본다.

실제 직장 커뮤니티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회사의 적절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무·연구직 직원은 "성과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몇 해전부터 사무·연구 현장에선 '적게 받으니 적게 일하자'(Low Pay, Low Work)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대차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8천800만원으로, 2019년(9천600만원)보다 800만원 줄었다.

2019년과 2020년 연간 매출액이 100조원을 연속해서 넘었는데도 임금이 감소하자 지난해에는 적절한 성과급을 바라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중심으로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하기도 했다.

올해 남양연구소에서 파업 찬성률이 높은 것은 지난해 현대차 매출액이 117조6천106억원으로 전년보다 13.1% 늘어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도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무·연구직에서 예상보다 높은 파업 찬성률이 나온 것 같다"며 "임금·성과급 뿐만 아니라 이중임금제 폐지 등 사무·연구직 관련 요구안에 더욱 힘을 줄 것이고, 추가적인 쟁의 전술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노조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