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판다 손목 화석서 대나무 잡는 여섯 번째 '가짜 엄지' 확인
곰이면서 대나무만 먹는 대왕판다 식성 600만년 전에도 존재
판다는 거의 대나무만 먹는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다.

배가 고플 땐 곤충이나 설치류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대나무가 먹이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식육목 곰과 동물이다 보니 이런 식성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화석을 통해 적어도 6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대나무를 잡는 데 이용하는 여섯 번째 손가락과 같은 독특한 가짜 엄지가 고대 화석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이 박물관 척추고생물학 큐레이터 왕샤오밍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왕판다(Ailuropoda melanoleuca)의 조상 화석에서 가짜 엄지를 확인해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중국 남부 윈난성 자오퉁시의 슈이탕바 지역에서 발굴된 이 화석은 약 700만∼600만 년 전 중신세 후기에 서식했던 고대 판다의 한 속(屬)인 '아이루라르크토스'(Ailurarctos)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손목에서 엄지처럼 돌출된 뼈는 대왕판다가 가진 여섯 번째 손가락의 가장 오래된 증거가 됐다.

판다의 가짜 엄지 존재는 100여년 전에 처음 알려졌으나 화석이 많지 않아 10만∼15만년 전까지만 기록이 확보된 상태였다.

왕 박사는 "대왕판다는 대나무숲 깊은 곳에서 고기와 산딸기 대신 영양은 낮지만 아열대숲에 많았던 대나무를 먹는 쪽으로 옮겨갔다"면서 "대나무를 씹어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게 쪼개기 위해 줄기를 단단히 붙잡는 것은 많은 양의 대나무를 먹는 데 가장 중요한 적응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을 통해 현대 대왕판다의 가짜 엄지가 외형적으로 덜 발달된 형태를 보이는 이유도 규명했다.

곰이면서 대나무만 먹는 대왕판다 식성 600만년 전에도 존재
아이루라르크토스는 가짜 엄지가 대왕판다보다 길고 직선형인데 비해 대왕판다는 짧은 갈고리형이어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가짜 엄지를 대나무를 잡고 뜯어먹을 때는 물론 다음 먹이를 찾아 걸어갈 때 몸무게를 지탱하는데도 이용하는 과정에서 긴 뼈가 짧은 갈고리형으로 진화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애리조나주립대학 인류기원연구소의 데니스 수 부교수는 "500만∼600만 년이면 판다가 더 긴 가짜 엄지를 갖는데 충분한 시간이지만, 이동할 때 몸무게를 받쳐줘야 하는 진화적 압력이 가짜 엄지를 (걷는데) 방해되지 않으면서 (대나무를 잡을 때) 유용할 수 있게 짧고 강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왕 박사는 "육식성 조상에서 진화해 대나무만 먹는 종으로 바뀐 판다는 많은 장애를 넘어야만 했을 것"이라면서 "손목뼈에서 나온 마주 볼 수 있는 '엄지'는 판다가 넘은 장애 중 가장 놀라운 진화일 수 있다"고 했다.

곰이면서 대나무만 먹는 대왕판다 식성 600만년 전에도 존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