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사 연일 압박…짙어지는 '新관치'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또다시 ‘관치금융’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선진화로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한데 관치금융 시도가 민간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금감원이 각종 금융사고와 민원에 대한 사후 검사·제재에만 몰두해 정작 사전 예방을 위한 감독 업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오는 대형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사 직원들의 횡령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의 사전 감독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금융 소비자와 금융사 양측 모두로부터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공개한 국제경쟁력 평가(총 63개국)에서 한국은 ‘은행 및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47위로 전년보다 다섯 계단 내려갔다. 종합순위가 27위임을 감안하면 금융 후진성이 전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감원 업무수행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된다. 금감원이 지난해 효성ITX에 의뢰해 11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민원 및 분쟁조정 업무에 대한 평점은 69.6점(100점 만점)으로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이다. 지난 5년간 금감원의 분쟁조정 처리 기간은 최대 열 배 이상(은행 부문) 늘었고, 제재 결과 등에 불복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행정·민사소송만 2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사 분담금으로 운영하는 감독 서비스 제공 기관”이라며 “새 정부 첫 신임 원장의 최우선 과제 역시 (관치금융이 아닌)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와 금융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개혁 과제 실천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