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실화 가능성 살폈으나 운전자 대상 조사서 특이점 확인 못 해
강릉·동해 산불 방화범은 1심서 징역 12년 선고
[동해안산불 100일] ② 3개월 넘도록 울진·삼척산불 수사 제자리걸음
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강원 삼척까지 번진 대형 산불이 났지만, 수사는 3개월이 넘도록 답보 상태에 놓였다.

비슷한 시기에 난 강원 강릉과 동해 일대 산불을 낸 방화범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12일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울진에서 난 산불은 강원 삼척까지 번져 같은 달 13일까지 21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기록됐다.

울진·삼척 산불에 따른 울진 피해면적은 1만4천140.01㏊, 삼척 피해면적은 2천161.97㏊로 집계됐다.

또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불에 탔다.

산림당국은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불을 낸 사람을 찾는 데 주력해왔지만,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산불방지기술협회 등과 합동으로 최초 발화 추정 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감식을 벌였고 불이 시작될 당시 인근 도로를 지난 차량 4대를 추적해 차주, 운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도로변에서 담배꽁초 등을 발견하지 못했고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특이점을 확인하지 못했다.

산림당국은 번개, 페트병 등에 의한 자연 발화 등 다른 가능성을 놓고도 다각도로 조사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울진·삼척 산불은 원인 불명으로 판정 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담뱃불 실화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답보 상태다"라고 털어놓았다.

[동해안산불 100일] ② 3개월 넘도록 울진·삼척산불 수사 제자리걸음
반면 지난 3월 강원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을 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60)씨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이동희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산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3월 5일 오전 1시 7분께 강릉 옥계면에서 토치 등으로 자택, 빈집, 창고에 불을 낸 데 이어 산림에도 불을 질러 대형산불로 이어지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토치 등으로 불을 내고 있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산불 발생 당일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씨의 범행으로 강릉지역 주택 6채와 산림 1천455㏊가 타 111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나고, 동해지역 주택 74채와 산림 2천735㏊가 잿더미가 돼 283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수사 결과 이씨는 고립된 생활환경에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주민들에 대한 누적된 적대감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면서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림보호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법정에 선 이씨는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동기를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중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점과 피해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큰 손해를 입은 점, 이씨가 범행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해도 장기간 실형이 불가피한 점 등을 들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씨는 판결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듯 "약육강식이야"라는 말을 나지막이 중얼거리고는 퇴정했으며, 다음날 곧장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평소 억울한 마음을 품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피해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상당한 손해를 입었고, 그 피해는 회복되지 않았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동해안산불 100일] ② 3개월 넘도록 울진·삼척산불 수사 제자리걸음
[동해안산불 100일] ② 3개월 넘도록 울진·삼척산불 수사 제자리걸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