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상황 고려하면 전 재산 투자한 듯…은행채무 확인 안돼
이웃 주민 "인사도 잘하고 활발한 성격 같았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방화범 천씨, 월세 20만원 살면서 6억8천만원 아파트시행사 투자
지난 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건물 방화 용의자 천모(53)씨는 자신의 경제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한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씨는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수성구 범어동의 5층 짜리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았다.

아파트는 1982년 준공돼 매우 낡은 편이어서 전체 90여가구 가운데 집 주인이 사는 아파트는 30가구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임차인이 월세 또는 전세로 사는 곳이다.

재개발 가능성이 커 임대 형태도 월세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아파트가 오래되면서 상당수 집 주인들은 떠나고, 좀 더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천씨가 살았던 아파트는 47㎡(약 16평) 규모다.

방 2개, 거실과 붙은 주방이 있는 구조다.

같은 동(棟)에서도 천씨의 집은 면적(평형)이 가장 좁다.

같은 동 다른 집들은 80㎡이고, 옆 동은 59㎡ 규모로 알려졌다.

경찰의 출입 통제 테이프가 붙어있지만 파손된 문 틈으로 보인 천씨 집 안은 책상 위 컴퓨터와 모니터를 제외하면 가구도 거의 없어 보였다.

이 규모 아파트의 월세는 평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 정도로 부동산 중개업소는 보고 있다.

다른 지역에 부동산 등이 없다면 천씨는 거의 전재산을 모아 투자했다가 약정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소송을 했고, 패소하자 범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천씨는 2014년 수성구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시행사와 투자약정을 하고 모두 6억8천여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시행사의 초기사업 비용 조달을 위해 첫 투자금으로 3억2천만원을 투자한 뒤 이후 10차례에 걸쳐 3억6천500만원을 추가로 더 투자했다.

해당 사업 투자 이전 재산 상황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고, 현재의 거주지 상황만을 고려하면 천씨는 전재산을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에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채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가족과 떨어져 이 아파트에서 조카와 함께 살았다고 주변에 말하기도 했지만, 조카를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몇 번 본적이 있는 주민은 "인사도 잘하고 활발한 성격 같았는데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티셔츠 차림에 가방을 메고 출근하는 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며 "얌전한 사람 같았는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런 일을 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에서는 천씨가 특별한 직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화범 천씨, 월세 20만원 살면서 6억8천만원 아파트시행사 투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