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다시 한번의 전세난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 여론이 고조되자 국토해양부가 8.18 전ㆍ월세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면면을 보면 공공주택 입주시기 조기화 차질없이 추진, 민간 신축 다세대주택 매입, 도시내 중소형 임대주택 건설 촉진 등 전월세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구입지원 확대(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금리 인하), 재정비 사업시기 조정으로 전세수요 집중을 완화하거나 분산하고자 했다.

또한 임차인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월세 소득공제 대상을 확대(연소득 3천만원 → 5천만원 이하)하고 전세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과거에 이미 수차례 나왔던 방안들을 재탕, 삼탕하거나 조금 더 구체화 내지 확대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전세시장 불안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주목할 만한 방안도 하나 있다. 매입임대주택사업의 세제지원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을 현행 3호에서 1호 이상 임대하는 경우로 완화하고, 매입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기존주택 1호에 대해서는 보유기간 요건 등을 충족하는 경우 1세대 1주택자와 같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더불어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 활성화를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임대주택 수준의 세제혜택(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법인세 추가과세 배제, 취득세ㆍ재산세 감면 등)을 주기로 했다.

기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의 신규 주택 취득(매입 또는 분양)을 통한 임대사업의 진입 기회가 넓어지고, 오피스텔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 허용으로 주택 및 오피스텔 임대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가뜩이나 전세시장이 불안하고 임대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취득 내지 1주택자의 신규 주택 취득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주택이나 분양(또는 미분양)주택 거래 활성화에도 나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임대사업 활성화가 전ㆍ월세시장 안정에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임대사업 활성화와 전ㆍ월세시장 안정과는 상극이다. 임대사업이 활성화는 전ㆍ월세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따라서 월세 매물에 대한 공급 및 공급가격을 임대 사업자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전ㆍ월세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

그나마 임대사업자나 임대사업 신규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임대사업을 위해 주택을 취득할 여력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임대수익형 상품의 전형인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이 5~7%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하물며 구매가격이 절대적으로 오피스텔보다 비싼 아파트의 임대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수익보다는 시세차익이 우선인 아파트 특성상 아무리 임대 사업자라해도 향후의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단지 임대수익용으로만 아파트를 취득할리 만무하다. 그러기에는 자꾸만 올라가는 금융비용과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최근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오피스텔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는 되겠지만 아파트 분양이나 기존 주택 거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내년 말까지 배제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던 점, 다주택자를 통한 거래 활성화보다는 전세로 몰리고 있는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의 구매수요 유발이 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매입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세제 지원 대상 주택을 그간 5채에서 3채로 완화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ㆍ월세시장 안정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작금의 전ㆍ월세시장 불안이 우선은 전세수요가 급증한 데에 따른 원인이 크고, 다음으로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에 기인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전세수요 급증은 1~2인 가구 증가, 주택에 대한 거주개념 인식 확산 등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택 구매력 있는 계층의 시장 관망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소형주택은 그간 임대주택, 소형아파트 분양,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등을 통해 꾸준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작 3~5인 가구의 주택 구매계층이 주택을 구입하는 대신 전ㆍ월세를 선호하고 있는 데에서 수급 불균형이 불거졌다. 즉 전ㆍ월세시장과 매매시장이 서로 호환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이는 곧 전ㆍ월세시장 불안이 전ㆍ월세시장 자체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전ㆍ월세시장 내부적인 해결책이나 지원만 가지고는 전ㆍ월세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전ㆍ월세시장 안정을 기하려면 구매력 있는 주택 실수요 계층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함은 필자가 누차 강조한 바다.

이번 8.18대책은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대폭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사실상 우회적으로 종부세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으로써 주택거래 활성화 및 전ㆍ월세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잡힐 수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대외적인 금융 불안, 연이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 수도권 미분양 증가를 비롯하여 내년에 한꺼번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으로 인한 관망세 심화 등 대내외적 사정으로 인해 대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할 듯하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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