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개인투자자는 투자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일쑤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여유자금을 굴리거나 임대용 부동산에 돈을 묻기가 쉽지 않은 때이다. 이럴 때 예전처럼 정부나 지자체의 장밋빛 청사진 하나만 믿고 투자지역을 섣부리 골라 투자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지역마다 개발재료는 널려있다. 개통을 앞둔 전철이나 택지개발 예정지구, 뉴타운지역까지 재료가 없는 지역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이럴 때는 지역 내 흐름을 먼저 읽어내 상승 초기를 노리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는 지역 내 가격 상승 초기를 읽는 일이 쉽지 않다. 가격상승 에너지가 분출되기 시작하는 초기 조짐을 밝혀내려면 충분한 현장 조사와 함께 실전 투자경험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고수따라하기 식 방법도 유용한 방법이다. 건설과 개발, 분양 등 부동산을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개발업자들의 투자기법과 현장 판독법을 익혀두면 투자에 도움이 많이 된다.
전세가격의 꾸준히 상승 - 전세가는 매매가 하락과 상승의 전주곡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 내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을 선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급물량 감소와 재개발 · 재건축 등 개발 활성화로 인한 이주수요가 증가, 신규 물량 감소로 입주량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역 내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보증금과 전세가격 비율이 갑자기 오르거나 높아지면 전세 임차인들이 돈을 조금 더 보태 집과 상가를 사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부동산 가치도 덩달아 올라 지역 내 부동산가격도 덩달아 상승한다고 봐야 한다.
경매·공매 낙찰가율 상승 -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과 입찰경쟁률은 지역 부동산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갑자기 몇 개월 사이 낙찰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조짐으로 봐도 무방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징조다.
즉, 부동산수요자들이 저가 매입시장부터 몰리기 시작하면 수개월이 지나 개발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는 일반 부동산 수요자들이 몰려들게 된다. 경매 입찰장을 찾아 수개월 전과 비교해 주택과 토지의 낙찰가와 경쟁률 추이를 파악하거나 동일지역 내 부동산 종목별 낙찰률을 체크해보면 향후 지역 내 시장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전입인구 · 유입수요 증가 - 모 재벌기업의 ‘땅 부자’는 “땅 보는 식견은 하늘이 내렸다“ 고 전해진다. 풍수지리에 일가견이 있어 한번 점찍은 땅은 금싸라기로 바뀌는데, 비결이라면 바로 사람이 모여들 지역만을 선정해 땅을 매입한다. 현재는 가치 없는 논밭을 값싸게 사는데 주로 평지 중에 인구유입 가능성을 따져 땅을 매입한다고 한다.
부동산과 사람은 불가분의 관계다. 애기 울음소리가 잦거나 폐교된 학교가 다시 문을 연다면 그 지역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셈이다. 인구가 모여들면 부동산은 자연스레 가치가 오르고 가격도 뛴다. 호재지역은 주민등록 전입 수요와 이사수요가 늘어난다. 전입과 전출인구 추이상황을 알아내려면 지자체가 발행하는 통계연보나 자치구 홈페이지의 전출입 인구추이를 살펴보면 된다.
건축허가 신청 증가 - 건축물 허가 동향을 살피면 지역 시장의 경기 동향도 어림잡아 파악할 수 있다. 통상 건축허가 신청건수가 늘면 지역경제가 호황이며 건축물 공급이 늘면 경기 확장추세여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게 통례이다. 다만 특별한 호재가 없는 데도 배후세대와 인구수에 비해 새 건축물이 갑자기 늘어나면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사태를 빚기도 한다.
개발계획 발표가 임박했거나 재개발 · 인구유발 시설 유치 등 호재를 안고 있다면 멀리보아 수요를 유발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건축허가 건수는 부동산 종목별로 각 시나 자치구 건축과 담당공무원 또는 홈페이지 건축 통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주택과 상가의 분양률 상승 - 개발업자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지역 내 유사사례 분석이다. 주택모델하우스나 분양사무실을 찾아 아파트청약이나 상가, 빌딩, 토지를 분양했던 최근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역의 향후 부동산 경기를 예측할 수 있다. 분양현장에 서서히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 미분양분 적체가 해소되고 프리미엄이 생겨나거나, 또는 주거용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의 매수세가 늘어난다면 가격상승의 전조다.
통상 부동산컨설턴트나 전문가들이 가장 유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바로 최근의 분양률의 변화다. 분양 성과가 좋아지고 공실률이 거의 없다면 곧 지역 내 부동산은 수요가 늘어 가격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개발재료가 노출된 지역 내 부동산은 투자의 안정성이 높지만 초기 진입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이나 비인기 지역은 향후 가격의 탄력성이 떨어져 사두면 묶이는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돈 되는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지역의 흐름을 항상 예의주시하며 개발이나 지역호재가 생길 조짐이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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