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이끄는 투자노하우] 교수가 경매로 여관 샀다 곤욕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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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경매투자에서 성공에 이르는 비결 중 하나는 입찰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 덕에 주변에는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법원경매 투자를 하면서 실패한 이들도 많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업계의 비밀이기도 하다. 왜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질까? 값싸게 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목적을 상실한 채 경매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면 권리·물건 상 하자를 만나 거액의 입찰보증금을 날린 경우, 경매로 산 부동산을 투자 원금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되팔아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충 책 한 권 읽고 경매 바닥에서 헤매는 배짱파 투자자들도 의외로 많다. 값 싼 맛에 덤벼들다간 낭패 아무리 값싸게 부동산을 장만했다 하더라도 투자 목적에 맞지 않는 부동산은 결국 그 투자자에겐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게 내 경험이고 지론이다. 이번 글에서는 ‘투자 목적에 맞지 않는 경매 부동산’을 값싸게(?) 장만했다가 후회한 사례를 알아보자. 나이 50대 중반의 O씨는 서울 소재 모 2년제 대학 이공계 학과 교수다. O교수는 부동산이나 재테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모아둔 돈으로 수익성 부동산을 매입하려 몇 년째 이곳저곳을 알아봤다. 그러나 가격만 비싸고 투자 예상금액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지 않아 고민만 했었다. 그러다 어느 중개법인에 수익성 부동산 매수를 의뢰해 두고 경매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업체 직원이 O교수에게 추천해 준 물건은 수익성 부동산으로 알려진 서울 신림동의 여관이었다. 중앙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이 경매 사건의 부동산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대지 132㎡, 연면적 260㎡의 3층짜리 숙박업소 건물. 1988년 11월에 지어진 부동산이었다. 일반 주거지역 내에 있는 이 숙박업소는 최초 감정가 3억9751만원에서 2회 유찰돼 최저 경매가격이 2억544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떨어졌다. O교수가 한 명의 다른 입찰자를 제치고 3억1070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 여관은 지하철 2호선 신림역이 가깝고 남측에 6m 도로를 끼고 있었다. 주변에는 오래된 여관과 신축 여관이 어우러져 있었다. 일명 신림동 여관촌에 위치해 있는 전형적인 숙박업소 건물이었다. 중개업자는 밀집지대에 위치했다며 수익성 부동산으로 투자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교수는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입찰 전 등기부등본 상 권리관계를 분석해 보니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최초 저당권은 S상호신용금고에서 채권최고액 2억2000만원과 2차 추가대출 5000만원을 설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새마을금고 저당 같은 3개의 각종 저당이 얽혀 있어 경매 취하 가능성이 없었다. 다른 각종 저당과 가압류는 말소기준권리 이후 모두 깨끗이 소멸되는 권리였다. 그러나 약간 걸리는 게 있었다. 여관 영업자의 명도(세입자 비우기) 문제였다. 말소기준권리 이후 전입신고를 마치고 보증금 1억3000만원, 월세 200만원에 영업하고 있는 그 사람을 명도로 내보내는 게 일이었다. 입찰 전 그 영업자를 만나 보니, 그는 O교수를 깐깐하게 대했다. 직감적으로 그 영업자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입자인 걸 느꼈다. 경매고수들은 경험으로 잘 알겠지만 특수부동산(주유소·공장·모텔 같은 물건)은 기존에 세 들어 있는 영업자들을 내보내는 게 만만치 않다. 게다가 보증금이 억대인 데다 수년째 영업해 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대개 그런 곳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명도 저항이 거세다. 입찰을 결정한 후 세입자를 몇 번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의외로 순순히 이 여관을 넘겨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다만 낙찰 후 1년간 영업할 수 있게 해주고 1년간의 월세는 기존 조건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항상 명도에 시달려 왔던 중개업자는 세입자의 의견에 합의하는 것으로 하고 O교수의 동의 하에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특수부동산의 경우 전(前)세입자와 재계약을 맺거나 계약기간까지 거주하게 하는 게 그동안 경험상 상책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순순히 세입자가 기간 연장만 해준다면 월세 지불을 하며 영업을 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손쉬운 경매물건이 아닌가? O교수도 나름대로 입찰 전 현장에 들러 중개업자와 인근 여관 세입자들을 만나 영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현장의 한 중개업자는 이 여관의 가치는 5억 원이 넘는다며 이 지역은 매물이 귀하다는 ‘호평’까지 했다. 어느 여관 운영업자는 신림동 숙박업소는 이용자들이 많아 수익이 짭짤하다며 입찰을 권유하는 듯한 얘기도 했다. 그 교수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아차’했을 땐 이미 늦은 일 상담을 해준 이들이 모두 다 괜찮다고 하니 그 교수도 투자성이 있으리라 판단하고 입찰을 결정했다. 드디어 물건을 낙찰 받게 됐다. 낙찰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친 O교수는 인근의 모텔 전문 중개업소를 찾았다가 아연실색했다. 모텔 중개 전문가는 “이 지역 숙박업소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투숙객 상대보다는 주로 매춘 같은 탈법 영업을 일삼는 곳”이라면서 “나중에 세를 놓을 때도 여관 운영 희망자들이 풍기 단속이 두려워 아예 임차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을 꺼냈다. 인근 여관업자들도 그랬다. 내세울 것 없는 영업상의 비밀 내용을 굳이 친절하게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식으로 말만 늘어놓았다. 순간 O교수는 ‘아차’했다. 그러고 보니 외부사람들에게 극히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이곳 업자들의 심리를 간과한 게 그의 잘못이었다. 더군다나 이 물건을 싸게 낙찰 받은 것도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여관은 시설비가 통상 일반 상가에 비해 많이 들어 가격 형성대가 비싸다는 얘기였다. 이러한 지역이다 보니 팔려고 내놓은 사람은 보통 호가보다 싸게 파는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아낸 O교수는 결국 낙찰 받은 지 6개월 만에 낙찰금보다 훨씬 낮은 초급매 가격에 되팔아 버리고 나왔다. 생각해 보라. 명색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매춘을 전문으로 하는 여관의 건물 주인이라니? 아찔한 순간을 모면한 O교수는 손해 본 금액이 아쉽기보다는 혹시 남이 알까 전전긍긍했다. 실패한 부동산 투자자인 그는 잠시 여관을 보유한 순간들이 꿈만 같았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자문업무를 하다 보면 O교수 같은 실패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실패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특정 업종이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한 상식 부족이 그 이유였다. 또 지역적 특성이나 경매 목적을 감안하지 않은 투자자 본인에게도 그 원인이 있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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