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임 모씨는 자신이 전세로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이 경매신청 중이라는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통보 받았다. 전셋집에 대해 경매가 진행되고 있으니 임차인은 배당요구 종기일 전에 임차인 신고 및 배당요구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직장생활 5년째인 임씨는 아직 집 장만은 하지 못했지만 단촐한 세 식구가 살기엔 부족함이 없는 전셋집이었다. 그런데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말이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떠오르는 것이 법원의 집행관들이 세간을 다 들어내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까지….

살고 있는 전세 주택이 법원 경매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모든 세입자들이 한 푼도 못 받고 길거리에 쫓겨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임씨는 2002년 8월 전세보증금 4,000만원(월세 30만원)을 주고 2년 계약을 맺고 입주와 동시에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비록 경매를 부친 은행 선순위근저당 일자(2001년 11월)보다 전입신고일과 입주일이 늦어 대항력이 없고 경매낙찰대금에서 최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

그러나 확정일자를 받아두었기 때문에 1순위인 은행 다음으로 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경매를 부친 1순위 채권자의 채권금액이 적으면 적을수록 2순위자인 임씨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그만큼 많아진다. 설령 전세금을 다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집주인의 다른 재산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다른 재산(동산 · 부동산)이 있으면 즉시 법원에 가압류 신청을 해서 법적 절차를 통해 강제 환가해 못 받은 전세금(채권)을 반환 받을 수 있다.

가압류 대상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집주인의 월급, 상가의 보증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 말고도 세든 집이 경매 처분되었을 때 전세금 보전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첫째, 경매부친 채권자의 청구액이 소액일 경우 세입자가 빚을 대신 갚는 대위변제. 둘째, 세입자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낙찰 받은 후 받아야 할 전세금에서 법원에 상계를 신청하는 방법. 셋째, 최초 담보물권설정일이 2001년 9월 15일 이후일 때 4,000만원 미만의 소액임차인인 경우 1,600만원까지 최우선변제를 받는 방법. 넷째,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둔 경우 권리순서에 따라 경매대금에서 순위배당을 받는 방법 등이다.

주택에 전세 들 때에는 값싼 전셋집이라고 계약부터 서두르지 말고 계약하기 전 알토란같은 전세보증금을 잘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한 다음에 입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매물난에서 본 유별나게 주변 시세보다 값싼 전셋집은 권리 상 하자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되도록 허가받은 중개업소를 이용해 임차관계의 법적 하자유무를 정확하게 알고 계약서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액의 전세보증금으로 입주할 경우에는 계약 때 뿐 아니라 잔금납부 전에도 등기부등본을 떼 저당권 등 각종 담보설정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만약 확실한 주택임대차계약에 대한 상식이 없다면 입주 전 인근의 부동산중개사사무소를 찾아 주택임대차 관련 상담을 받거나 법률 · 부동산 전문가에게 물어서라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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