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으로 이끄는 투자노하우] 경매 감정가 맹신하다 ‘쪽박’ 조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법원 경매 시 필수적으로 감정평가를 먼저 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인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감정평가가 잘못되었을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남들의 성공사례도 중요하지만 실패사례를 통해 시행착오를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법원경매는 경매개시결정에서부터 배당까지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 진행 된다. 이중 감정평가는 그 첫 단추에 해당하는 절차 중 하나이다. 응찰자 입장에서는 일반 부동산 매매시장과는 달리 경매물건의 경우 특성 상, 물건에 대한 정보와 접근 등 다양한 제약요인에 부딪히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응찰자들은 감정평가서만을 의존한 채 입찰을 결정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법원경매 감정평가가 엉터리로 작성되어 이에 의존해 낙찰 받은 낙찰자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응찰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장 확인 없이 입찰해 실패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김○○(가명/60세)씨는 노후 생활안정 자금마련과 재테크를 위해 2000년 초부터 법원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김 씨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경매물건을 하나 소개받았다. 이 물건은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 소재한 지목 상 임야 266㎡ 및 대지 12㎡이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발급받아 보니 은평 뉴타운(도시개발구역) 2구역에 편입되어 있었다. 따라서 낙찰만 받는다면 약 4개월 후에 수용보상이 될 예정이어서 환금성이 보장된 물건이었다.
감정가 2억9천여만 원에서 1회 유찰되어 최저가는 2억3천여만 원. 감정평가 시점을 보니 2005년 8월이었다. 따라서 인근지역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고 난후 지가가 계속해서 급등한 것을 감안한다면 평가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상 지난 관계로 평가차액까지도 기대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에 김 씨는 법원기록과 감정평가서만을 확인한 후 이 물건이 곧 수용될 물건이고 토지물건인 관계로 별다른 확인사항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현장 확인을 생략한 채 응찰을 결심했다. 매각(입찰)일에 최저가에서 3천만 원을 올려 2억6200여만 원으로 응찰가를 정한 김씨. 비록 경쟁자가 1명 있었으나 아슬아슬한 차이로 최고가 입찰자로 결정됐다.
예상 보상가에서 소유권 이전 비용 및 제세공과금을 공제한다 해도 약 30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되었기에 기쁨은 컸다. 잔금납부시점으로 보면 약 3개월 만에 11%의 투자수익이 실현 되는 것이었기에 기쁨은 당연했다.
무사히 잔금납부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약 3개월이 지나자 은평뉴타운 사업 시행자인 SH공사로부터 한통의 등기 우편물이 도착했다. 협의보상가가 결정되었으니 계약을 체결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김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협의보상가가 777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아도 금액은 같은 액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사연을 알아보니 법원경매에서는 임야 부분을 잡종지로 이용 중이라고 대지로 평가했고, 수용보상평가에서는 지목 그대로 이를 임야로 평가한 때문이었다. 지목 상 임야이지만 대부분 전 또는 잡종지로 이용 중인 관계로 관련법령에 따라 지목에 관계없이 실제 이용현황대로 평가해야한다. 하지만 이 건의 경우 임야를 불법으로 형질 변경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실제 이용 현황에도 불구하고 수용보상 평가에서는 지목인 임야로 평가된 것이다. 즉, 불법으로 형질변경 된 토지는 실제이용현황에 관계없이 원래 지목에 따라 평가된 것이다.
김씨는 협의보상 계약체결을 거부하고 수용재결까지 갔지만 결과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결국, 김 씨는 공탁된 수용 보상가를 수령한 후, 본건의 경매감정평가업자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 제기 후 1년 동안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김씨는 지난 8월말에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받았다.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경매 감정평가 업자에게 허위로 평가서를 작성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원고, 즉 김 씨에게도 임야의 실제이용현황 및 그 가치 확인 등을 소홀히 한 채 감정평가서만을 의존하여 매수 신고한 과실 등을 물어 총 손해액 중 70%에 해당하는 1억2900만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본 사건은 지난 9월말에 피고, 원고 모두가 2심에 항소하여 언제 끝날지 모를 항해(?)를 다시 시작 하였다.
이렇듯 경매감정가를 그대로 믿고 현장확인과 실제 조사 없이 입찰하는 경우 그 책임은 모두 낙찰자의 몫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