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위약금약속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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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거래의 요체는 결국은 약속 즉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동산거래 현실은 세밀하게 계약을 하고 이를 정확하게 문서화하는데 매우 미숙한 것은 물론, 표준계약서상에 기재된 문구의 의미마저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향이다.
계약서에서 자주 사용되는 위약금 규정과 관련된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부동산거래를 진행하다보면 본의이건 아니건간에 계약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계약위반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불이익을 가하는, 예를들어서 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계약해제와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는 손해배상의 방법이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서는 이와 같이 민법상 불이익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적지않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하에서는 금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상대방에게 부담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약금(違約金)을 약속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위약금은 법적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도 칭하는데, 말 그대로 약속을 어긴데 대한 돈, 약속을 어겨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미리 예정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위약금조항이 계약서에 있으면 향후 상대방의 계약위반행위로 인해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손해액수가 얼마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전에 약정한 금액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물론, 민법 398조에서 정하는 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가 있다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따라서 배상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면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으로서는 향후 매우 부담스러운 처지가 될 수 있어 그 때문에라도 가급적 계약을 준수할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계약에서 위약금을 제대로 약정해 두면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위약금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서울 도심이 한참 재개발되고 있는 중인데, 어느 재개발사업지의 경우 사업구역 내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공교롭게도 피자 프랜차이즈업체가 각각 임차인으로 입점하면서 영업하고 있는 2개의 다른 건물이 매입대상이 되었다. 편의상, 한쪽 건물주를 甲, 甲 건물주의 해당 건물에 임차하여 영업하고 있는 피자프랜차이즈업체를 A라고 하고, 다른 쪽 건물주를 乙, 乙 건물주의 해당 건물에 임차한 피자프랜차이즈업체를 B라고 하자.
공교롭게도 두 건물이 매매되는 시점에서 두 업체 모두 최소한 4년 이상의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피자프랜차이즈업체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각각 5년과 10년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기간 도중에 건물주가 변경되었고 새로운 건물주는 재개발사업을 이유로 임대차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건물명도를 요구했고 여의치 않자 이들 업체들을 상대로 각각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과정에서는 건물매매과정에서 아직 임대차 잔여기간이 상당히 남은 A,B업체의 임대차계약을 새로운 건물주가 기존 건물주로부터 승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법적인 쟁점이 되었다. 건물주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바뀐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당연히 승계한다고 하는 법규정이 없다면 바뀐 건물주와 기존 임차인간에는 아무런 계약이 없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이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대항력”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바뀐 건물주에게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부여하면서 임대차계약이 자동적으로 승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건과 같이 영업용 건물의 경우는 보증금과 월세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일정한 환산보증금 이하에만 적용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도 될 수 없었다.
결국, 새로운 건물주가 기존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느냐 여부는 건물을 사고판 당사자의 계약내용에 따라 판단될 수 밖에 없는데, 이 판단이 용이하지가 않았다. 새로운 건물주 입장에서는, ‘기존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느냐 여부는 재개발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매매계약서에 승계에 관한 언급이 없는 이상 승계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계약기간이 지켜지기를 원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차보증금을 기존 건물주가 아니라 새로운 건물주가 지급하기로 매매과정에서 합의되었다면 임대차계약 자체를 승계하기로 합의한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결국, 두 재판 모두 기존 건물주를 증인으로 불러 임대차계약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증인으로 나온 기존의 두 건물주는 ‘매매계약서에 이를 명백히 하지 않았을 뿐 임차인을 책임진다는 것은 매매계약의 당연한 전제였다’고 강력하게 증언했다.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는 합의가 없었다는 판결이 선고되면 결국 기존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위반한 셈이 되어 임차인에 대해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될 처지가 되기 때문에 적어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런 증언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재판을 준비하는 두 피자회사의 마음가짐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필자는 두 임차인회사 사건에 모두 관여하였다). 새로운 건물주인 재개발회사와의 재판에서 피자회사가 이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약에 지게 되면 결국 임대차계약을 승계하지 못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기존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甲과 A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와 乙과 B와의 임대차계약서상의 위약금조항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甲과 A회사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상에는 甲이 임의로 타인에게 건물을 매매하는 등의 사유로 약속한 임대차기간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최근 1년치 평균 월매출액의 40%를 월 손해액이라고 규정하고서, 지켜주지 못한 개월수에 이 손해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손해액에 관해 합의규정이 있었던 반면, 乙과 B회사간의 임대차계약에는 이런 위약금약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A회사로서는 명도재판에서 지더라도 甲을 상대로 계약서에서 정한 상당한 액수(약 12억원 정도로 계산됨)의 손해배상을 어렵지 않게 청구할 수 있는 반면, B회사로서는 위약금약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계약서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 인한 손해를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에서 인정하는 손해라는 것은, 계약대로 영업기간이 보장되었을 경우 올릴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이익의 비중을 엄밀하게 산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명도소송에 임하는 A,B 두회사의 마음가짐은 확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A회사로서는 재판에 지더라도 기존 건물주를 상대로 약정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어떻게 보면 재판에 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재판에 편하게 임하고 있었다. 손해(이익)액수를 매출액의 40%로 약정했는데 실제 손해(이익)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A회사 재판에서 애를 태운 것은 정작 소송의 피고인 A회사가 아니라 재판에 보조참가를 한 건물주 甲이 되어버렸다. 명도재판에서 A회사가 지게 되면 결국 甲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승계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증인을 신청하는 등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B회사 재판의 경우는 건물주 乙이 임대차계약승계를 주장하며 이를 증언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건물주 甲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부동산거래계약에서 적절한 위약금약속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계약현실은, 계약위반하면 계약금상당의 손해배상을 약속하는 표준문구에만 기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향인데 매우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아파트사업과 같이 특정 부동산이 아니라 일대 전체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아무 생각없이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약정이 기재된 표준매매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인데, 이런 정도의 위약금으로는 너무 싼 가격에 팔았다고 생각하는 매도인의 계약위반충동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더구나, 어설픈 위약금약속은 위약금약속을 아예 하지 않았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낭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아파트사업을 하기 위해 일대 부동산을 전부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어느 특정 토지주의 변심으로 해당 토지가 이런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선의의 타인에게 이중매매되어버렸다면 아파트사업자로서는 결국 토지 소유권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 때 매매계약서상에 위약금약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약위반의 일반적인 법리로 돌아가서 이중매매를 한 해당 토지주는 자신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매수인의 손해 즉 아파트사업에 지장을 초래하여 발생한 피해를 모두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천문학적인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예 좌절되거나 지연될 경우에 그 피해금액은 매우 클 수 밖에 없고, 결국 매도인으로서는 이런 손해배상의 부담 때문이라도 섣불리 이중매매를 감행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만약 매매계약을 어설프게 표준계약서 형식으로 해 버리고 그 계약서 내용에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조항이 들어가버렸다면, 사업부지를 상실하는 이런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라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계약금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매수인이 입은 이런 손해는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로 볼 수 있는데, 계약 당시 위약금약정을 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생각해보자. 예를들어 계약금을 1억원 걸고서 중도금 1억원, 잔금 8억원을 순차적으로 받기로 하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중도금 1억원까지 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 기존 매매계약서상에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조항이 규정되어 있다면, (이중매매에 따른 배임죄의 형사처벌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매도인으로서는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로 1억원만 배상하면 되기 때문에 1억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중매매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두 번째 매매에서 13억원에 받아서 1차 매매계약에 비해서 3억원의 차익을 더 얻었다고하더라도, 매매계약서상 계약금 상당의 손해배상규정 때문에 미리 약속된 1억원만을 배상하면 된다는 점에서, 매도인으로서는 계약위반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06년 하반기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계약서가 너무 허술했다고 느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필자는, 지금과 같이 기계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이 아니라 좀 더 고민하는 계약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표준계약서는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 우리 부동산거래현실은 이런 표준계약서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듯하다. 거액이거나 복잡한 내용의 부동산거래이면서도 달랑 한 장짜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서 자문조차 제대로 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상-
<참고법령 및 판결>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대법원 1993.4.23. 선고 92다41719 판결
가.민법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규정한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나.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다.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계약서에서 자주 사용되는 위약금 규정과 관련된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부동산거래를 진행하다보면 본의이건 아니건간에 계약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계약위반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불이익을 가하는, 예를들어서 계약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하는 계약해제와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는 손해배상의 방법이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에 따라서는 이와 같이 민법상 불이익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적지않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하에서는 금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상대방에게 부담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약금(違約金)을 약속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위약금은 법적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도 칭하는데, 말 그대로 약속을 어긴데 대한 돈, 약속을 어겨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미리 예정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위약금조항이 계약서에 있으면 향후 상대방의 계약위반행위로 인해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손해액수가 얼마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사전에 약정한 금액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물론, 민법 398조에서 정하는 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가 있다는 것은 별론으로 한다). 따라서 배상을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면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으로서는 향후 매우 부담스러운 처지가 될 수 있어 그 때문에라도 가급적 계약을 준수할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계약에서 위약금을 제대로 약정해 두면 계약이 제대로 지켜지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위약금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서울 도심이 한참 재개발되고 있는 중인데, 어느 재개발사업지의 경우 사업구역 내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공교롭게도 피자 프랜차이즈업체가 각각 임차인으로 입점하면서 영업하고 있는 2개의 다른 건물이 매입대상이 되었다. 편의상, 한쪽 건물주를 甲, 甲 건물주의 해당 건물에 임차하여 영업하고 있는 피자프랜차이즈업체를 A라고 하고, 다른 쪽 건물주를 乙, 乙 건물주의 해당 건물에 임차한 피자프랜차이즈업체를 B라고 하자.
공교롭게도 두 건물이 매매되는 시점에서 두 업체 모두 최소한 4년 이상의 임대차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피자프랜차이즈업체의 특성상 장기 계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각각 5년과 10년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기간 도중에 건물주가 변경되었고 새로운 건물주는 재개발사업을 이유로 임대차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건물명도를 요구했고 여의치 않자 이들 업체들을 상대로 각각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과정에서는 건물매매과정에서 아직 임대차 잔여기간이 상당히 남은 A,B업체의 임대차계약을 새로운 건물주가 기존 건물주로부터 승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법적인 쟁점이 되었다. 건물주가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바뀐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당연히 승계한다고 하는 법규정이 없다면 바뀐 건물주와 기존 임차인간에는 아무런 계약이 없다는 점에서 임대차계약이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대항력”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서, 바뀐 건물주에게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부여하면서 임대차계약이 자동적으로 승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건과 같이 영업용 건물의 경우는 보증금과 월세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일정한 환산보증금 이하에만 적용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도 될 수 없었다.
결국, 새로운 건물주가 기존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느냐 여부는 건물을 사고판 당사자의 계약내용에 따라 판단될 수 밖에 없는데, 이 판단이 용이하지가 않았다. 새로운 건물주 입장에서는, ‘기존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느냐 여부는 재개발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매매계약서에 승계에 관한 언급이 없는 이상 승계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계약기간이 지켜지기를 원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차보증금을 기존 건물주가 아니라 새로운 건물주가 지급하기로 매매과정에서 합의되었다면 임대차계약 자체를 승계하기로 합의한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결국, 두 재판 모두 기존 건물주를 증인으로 불러 임대차계약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증인으로 나온 기존의 두 건물주는 ‘매매계약서에 이를 명백히 하지 않았을 뿐 임차인을 책임진다는 것은 매매계약의 당연한 전제였다’고 강력하게 증언했다. 임대차계약을 승계하는 합의가 없었다는 판결이 선고되면 결국 기존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위반한 셈이 되어 임차인에 대해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될 처지가 되기 때문에 적어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런 증언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재판을 준비하는 두 피자회사의 마음가짐은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이다(필자는 두 임차인회사 사건에 모두 관여하였다). 새로운 건물주인 재개발회사와의 재판에서 피자회사가 이기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약에 지게 되면 결국 임대차계약을 승계하지 못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기존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甲과 A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와 乙과 B와의 임대차계약서상의 위약금조항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甲과 A회사간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서상에는 甲이 임의로 타인에게 건물을 매매하는 등의 사유로 약속한 임대차기간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최근 1년치 평균 월매출액의 40%를 월 손해액이라고 규정하고서, 지켜주지 못한 개월수에 이 손해액을 곱하는 방식으로 손해액에 관해 합의규정이 있었던 반면, 乙과 B회사간의 임대차계약에는 이런 위약금약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A회사로서는 명도재판에서 지더라도 甲을 상대로 계약서에서 정한 상당한 액수(약 12억원 정도로 계산됨)의 손해배상을 어렵지 않게 청구할 수 있는 반면, B회사로서는 위약금약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계약서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 인한 손해를 별도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에서 인정하는 손해라는 것은, 계약대로 영업기간이 보장되었을 경우 올릴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이익의 비중을 엄밀하게 산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명도소송에 임하는 A,B 두회사의 마음가짐은 확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A회사로서는 재판에 지더라도 기존 건물주를 상대로 약정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어떻게 보면 재판에 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재판에 편하게 임하고 있었다. 손해(이익)액수를 매출액의 40%로 약정했는데 실제 손해(이익)과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A회사 재판에서 애를 태운 것은 정작 소송의 피고인 A회사가 아니라 재판에 보조참가를 한 건물주 甲이 되어버렸다. 명도재판에서 A회사가 지게 되면 결국 甲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승계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증인을 신청하는 등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B회사 재판의 경우는 건물주 乙이 임대차계약승계를 주장하며 이를 증언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건물주 甲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부동산거래계약에서 적절한 위약금약속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계약현실은, 계약위반하면 계약금상당의 손해배상을 약속하는 표준문구에만 기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경향인데 매우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아파트사업과 같이 특정 부동산이 아니라 일대 전체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아무 생각없이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약정이 기재된 표준매매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인데, 이런 정도의 위약금으로는 너무 싼 가격에 팔았다고 생각하는 매도인의 계약위반충동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더구나, 어설픈 위약금약속은 위약금약속을 아예 하지 않았을 때보다도 오히려 더 낭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아파트사업을 하기 위해 일대 부동산을 전부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어느 특정 토지주의 변심으로 해당 토지가 이런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선의의 타인에게 이중매매되어버렸다면 아파트사업자로서는 결국 토지 소유권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 때 매매계약서상에 위약금약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약위반의 일반적인 법리로 돌아가서 이중매매를 한 해당 토지주는 자신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매수인의 손해 즉 아파트사업에 지장을 초래하여 발생한 피해를 모두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천문학적인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예 좌절되거나 지연될 경우에 그 피해금액은 매우 클 수 밖에 없고, 결국 매도인으로서는 이런 손해배상의 부담 때문이라도 섣불리 이중매매를 감행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만약 매매계약을 어설프게 표준계약서 형식으로 해 버리고 그 계약서 내용에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조항이 들어가버렸다면, 사업부지를 상실하는 이런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라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계약금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매수인이 입은 이런 손해는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로 볼 수 있는데, 계약 당시 위약금약정을 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생각해보자. 예를들어 계약금을 1억원 걸고서 중도금 1억원, 잔금 8억원을 순차적으로 받기로 하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중도금 1억원까지 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에, 기존 매매계약서상에 계약금 상당의 위약금조항이 규정되어 있다면, (이중매매에 따른 배임죄의 형사처벌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매도인으로서는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로 1억원만 배상하면 되기 때문에 1억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중매매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두 번째 매매에서 13억원에 받아서 1차 매매계약에 비해서 3억원의 차익을 더 얻었다고하더라도, 매매계약서상 계약금 상당의 손해배상규정 때문에 미리 약속된 1억원만을 배상하면 된다는 점에서, 매도인으로서는 계약위반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2006년 하반기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을 때 이런 현상은 비일비재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계약서가 너무 허술했다고 느끼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필자는, 지금과 같이 기계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이 아니라 좀 더 고민하는 계약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표준계약서는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 우리 부동산거래현실은 이런 표준계약서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듯하다. 거액이거나 복잡한 내용의 부동산거래이면서도 달랑 한 장짜리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서 자문조차 제대로 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상-
<참고법령 및 판결>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대법원 1993.4.23. 선고 92다41719 판결
가.민법 제398조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하여 규정한 목적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할 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심리적 경고를 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려는 것이고, 한편 제2항에 규정된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제도는 국가가 계약 당사자들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을 제거하고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의 내용에 간섭한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나.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부당히 과다하다 하여 감액하려면 채권자와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 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참작한 결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다.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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