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자는 해당 유치물을 경매신청할 수 있다.




★ 민법 제322조(경매, 간이변제충당)
①유치권자는 채권의 변제를 받기 위하여 유치물을 경매할 수 있다.


★ 민사집행법 제274조(유치권 등에 의한 경매)
① 유치권에 의한 경매와 민법ㆍ상법, 그 밖의 법률이 규정하는 바에 따른 경매(이하 "유치권등에 의한 경매"라 한다)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의 예에 따라 실시한다.
② 유치권 등에 의한 경매절차는 목적물에 대하여 강제경매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이를 정지하고, 채권자 또는 담보권자를 위하여 그 절차를 계속하여 진행한다.
③ 제2항의 경우에 강제경매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가 취소되면 유치권 등에 의한 경매절차를 계속하여 진행하여야 한다.




채권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유치하는 것이 유치권의 핵심적인 권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변제를 받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무자 아닌 타인에 대해서는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유치권자에게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실상 우선변제”라는 유치권 본연의 기능이 반감되는 것은 물론 유치물건을 장기간 점유관리하는데 따른 부담이 필요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이런 지위에 있는 유치권자로 하여금 유치물을 경매하여 현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 유치권분쟁의 조속한 해결을 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즉, 비록 경매채권자는 아니지만 점유부담을 덜기 위해 재산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유치권자에게 경매신청권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강학상 “형식적 경매”라고 한다. “실질적 경매”라고 불리는 통상적인 강제경매나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와 대비되는 용어이다. 실질적 경매가 자기 채권의 만족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경매채무자에 대해 행해지는 것과 달리, 형식적 경매는 경매채무자에 대한 채권없이 진행되는 점에 차이가 있다.


경매를 위해서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신청에서와 마찬가지로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데,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유란에 기재된 것이라도 무방)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판결이 아니더라도 유치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서류라도 무방하다고 본다. 사문서라고 하더라도 무방하다. 담보권실행에 의한 경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판결문 아닌 기타 서류로도 경매신청이 가능한 유치권의 특성상 경매무효로 인한 낙찰자 피해발생 우려가 구조적으로 클 수 밖에 없다. 경매물건을 낙찰받거나 대출받는 등 이해관계를 체결함에 있어 유치권에 기한 경매에 더 주의해야하는 이유이다.


아래에서 소개할 두 사례 모두, 유치권에 기한 경매를 무효로 판단하여 경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기반한 저당권설정등기를 모두 말소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1. 12. 14. 선고 2011가합3323 [소유권이전등기 등 말소]


1. 기초사실


가. 주식회사 000펌(이하 ‘000펌’라 한다)은 의정부시 00동 406-25 지상 000시티 건축공사의 시행사이고, 원고는 000펌으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 및 그 토지를 신탁법에 따라 수탁 받은 수탁자이며, 000건설 주식회사(이하 ‘000건설’이라 한다)는 시공사로서 000펌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수급받았다.


나. @@건설 주식회사(대표이사 이00), 00도시개발 주식회사(대표이사 문00), 주식회사 00엔텍(대표이사 이00), 주식회사 00산업개발(대표이사 선00), 000엔드비건설 주식회사(대표이사 김00), 00석재앙카 주식회사(대표이사 손00), 유00, 00환경개발주식사(대표이사 안00), 이00(이하 모두 합하여 ‘채권자들’이라 한다)는 2007. 3.경부터 2007. 12.경까지 사이에 000건설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공정별로 각 하도급 받은 이후 2008년경까지 공사를 완료하였다.


다.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8. 8. 5. 000펌 명의의 각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고, 같은 날 신탁을 원인으로 한 원고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라. 000건설과 채권자들 중 1인인 이00 사이에 2008. 7. 18. 하수급인 이00가 시공한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을 000펌으로부터 직접 지급받는 것에 000건설이 동의한다는 내용의 하도급 대금 직불 동의서가 작성되었다.


마. 채권자들·000펌·000건설 주식회사 사이에 2009. 8. 17. 채권자들의 공사잔대금을 000펌이 000건설을 대신하여 채권자들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합의가 이루어졌다.


바. 그러나 000펌이 채권자들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에 따라 채권자들은 000펌을 상대로 이 법원 2009차8567호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09. 9. 18. 위 신청에 따른 지급명령을 발령하여 2009. 11. 10. 위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사. 채권자들은 2009. 12. 31. 위 공사대금 채권에 기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009. 12. 31. 의정부지방법원 2009타경48889호로 유치권에 기한 부동산임의경매(이하 ‘이 사건 경매’라 한다) 신청을 하였고, 위 경매법원은 2010. 1. 2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경매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후 경매가 진행되어 피고 임00, 구00, 000 주식회사가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아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11. 3. 10.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피고 임00 명의로 6/10 지분의, 피고 구00 명의로 1/10 지분의, 피고 000 주식회사 명의로 3/10 지분의 각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라 한다)가 이루어졌다.


아. 채권자들은 위 경매개시결정에 대하여 의정부지방법원 2010타기3155 사건으로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를 하였으나 2011. 2. 21. 기각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항고하였으나 의정부지방법원 2011라109 사건에서 집행정지가처분을 받지 않아 경매가 계속 진행되어 매각허가결정이 그대로 확정되고 그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모두 지급한 이상 경매개시결정을 취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 8. 5. 항고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자. 별지 목록 기재 1 내지 6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법원 2011. 3. 10. 접수 제20329호로, 같은 목록 기재 7 내지 12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법원 같은 날 접수 제20330호로, 같은 목록 기재 13 내지 18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법원 같은 날 접수 제20331호로, 같은 목록 기재 19 내지 24 부동산에 관하여 같은 법원 같은 날 접수 제20333호로 각 근저당권자 피고 00새마을금고, 채무자 피고 임00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 한다)가 경료되었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임의경매는 공신적 효과가 없어, 담보권의 부존재·무효, 피담보채권의 불발생·소멸과 같은 실체적 흠이 있는 경우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대금을 완납하였다 하더라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며(대법원 1999. 2. 9. 선고 98다51855 판결 참조),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라면 이에 터 잡아 이루어진 근저당권설정등기나 지상권설정등기도 그 원인이 결여된 것으로서 무효이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72802 판결 참조).


나. 한편,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당사자 사이에 신탁법에 의한 신탁관계가 설정되면 단순한 명의신탁과는 달리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신탁 후에도 여전히 위탁자의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고,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는 일방 그 고유재산과도 구별되어 독립성을 갖게 되는 것이어서 이에 대하여는 구 신탁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신탁법‘이라 한다) 제21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이나 경매가 금지되어 있고 다만 그 단서의 규정에 따라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강제집행이 허용되는데 여기에서 위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라 함은 신탁 전에 이미 신탁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되거나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이 이루어져 있는 권리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신탁 전에 위탁자에 관하여 생긴 모든 채권이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545, 86다카2876 판결,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참조).


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가 신탁등기를 경료한 2008. 8. 5. 이전에 이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들의 유치권이 성립된 경우에만 신탁법 제21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신탁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가능하다 할 것인바,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3호증, 갑 제9호증의 1, 갑 제12호증의 1, 갑 제13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증인 이00의 증언, 증인 유00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시공사인 000건설이 2008. 7. 28. 이 사건 부동산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현수막을 설치한 사실, 이후 000건설은 시행사인 000펌과의 협의 아래 이를 철거하였고, 000펌은 이 사건 부동산의 1층 내지 5층을 각 이00, 이00, 박00에게 임대하여 점유를 이전한 사실, 이 사건 경매와 관련하여 집행관이 2010. 2. 23. 현황조사를 할 당시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였고, 현장사무실 등에도 유치권행사를 알리는 경고문을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2008. 8. 5.경에는 시공사인 000건설 내지 시행사인 000펌이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었으며 채권자들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을 추인할 수 있고, ---각 기재만으로는 위 추인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그렇다면 원고가 신탁등기를 경료한 2008. 8. 5. 이전에 채권자들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경매는 신탁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라. 따라서 피고 임00, 구00, 000 주식회사 명의의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인 경매를 원인으로 하여 경료된 것으로서 무효의 등기라 할 것이며, 피고 00새마을금고 명의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효인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으로서 역시 무효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피고 임00, 구00, 000 주식회사는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의, 피고 00새마을금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각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2. 3. 선고 2019가단5046745 소유권이전등기
☞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으로 낙찰된 이후 전전매수한 최종 소유자 상대로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를, 저당권자 상대로는 저당권말소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안에서 법원은, 원고의 인도명령을 통한 유치권자의 점유상실로 인해 유치권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에 기한 경매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경매무효라는 전제로, 원고청구를 전부 인용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8. 1. 28.경 인천지방법원 2006타경670000 임의경매 사건에서 황00 소유의 별지1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을 낙찰받아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나. 낙찰 당시 이 사건 상가에 대하여 공사업체인 00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00 건설'이라고 한다)가 유치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다. 원고는 전 소유자 황00에 대해서만 인도명령(인천지방법원 2008타기50000 인도명령)을 받아 인도집행을 완료하였다.

라. 00건설 소속 노00 등에 대한 항소심 인천지방법원 2009노 000, 1300(병합)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나,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도8110 판결에서 "00종합건설이 황00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던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집행관이 이 사건 부동산에 임하여 000(원고)에게 그 점유를 이전한 이 사건 인도명령의 집행이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인도명령의 집행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는 000(원고)에게로 이전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에서 피고인들에게 민법 제209조 제1항의 자력 방위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또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가 민법 제209조 제2항 의 '침탈 후 직시'의 행위라고도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민법상 자력구제행 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라는 판시로 파기환송되었다.

마. 그런데 00건설은 대법원에서 사건이 계속중 항소심 무죄판결 및 인천지방법원 2008가단1400 건물명도에 터잡아 이 사건 상가 등에 대하여 2010. 11.경 유치권에 기한 임의경매(인천지방법원 2010타경5600)를 신청하여 이 사건 상가가 2012. 2.경 낙찰되어 강00, 홍00, 문00을 거쳐 2017. 3. 29. 피고 남00에게로 소유권이전등기 되었고, 같은 날 근저당권자를 피고 주식회사 하나은행으로 하여 인천지방법원 등기국 2017. 3. 29. 접수 제106666호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졌다.


2.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00건설은 이 사건 상가의 점유가 000(원고)에게로 이전됨으로써 그 점유를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00건설의 유치권은 소멸하였다. 00건설이 점유회수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점유를 회복하면 점유를 상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유치권이 되살아나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점유를 회복하기 전에는 유치권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므로(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46215 판결 참조), 소멸한 상태에 있는 00건설의 유치권에 터잡아 진행된 경매는 무효이다. 강00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인 경매를 원인으로 경료된 것으로서 무효의 등기라 할 것이고, 피고 남00에 이르기까지 순차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 및 피고 주식회사 하나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모두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 남00은 별지1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피고 주식회사 하나은행은 인천지방법원 등기국 2017. 3. 29. 접수 제106666호로 마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각 이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이 항소하였지만 항소기각되었는데,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기된 피고들의 신의칙 주장 역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척되고 말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13. 선고 2020나2723 소유권이전등기


피고들은, 이 사건 상가에 대한 경매절차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경매절차를 신뢰하여 이 사건 상가의 낙찰자로부터 소유권을 전전취득하거나 근저당권을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경매절차 무효를 주장하면서 피고들 명의의 등기 말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경매절차를 신뢰한 제3자인 피고들 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상가에 대한 경매절차 무효를 이유로 피고들 명의의 등기말소를 주장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또한 임의경매 절차에서 낙찰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피고들이 경매절차를 신뢰한 제3자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들은 다시 상고하였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각되고 말았다. 유치권을 주장하는 모 건설회사 임직원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최종 유죄가 인정되었고, 이러한 판단과정에서 점유상실로 인한 유치권 소멸이 충분히 예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과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 사이의 약 2년 6개월이라는 시간간격으로 인해 그 사이에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이 진행되어 여러명의 선의의 제3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변호사를 정식선임할 자력이 없었던 원고 사정상) 원고를 도와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 말소 등 민사사건에서 1심 소장작성부터 대법원 판결 선고시까지 계속 서면작성을 대리했었는데, 법리와 별개로 경매절차를 신뢰한 낙찰자, 전전매수한 여러명의 사람들, 그리고 대출한 금융회사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가 있어 승소판결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리상으로 워낙 명백한 사안이다보니 결국 1심재판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의뢰인이 승소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유치권의 기한 경매 위험성을 감안할 때, 유치권에 기한 경매 부동산에 이해관계를 맺을 경우 어떤 점을 유의해야할까?


우선, 낙찰된 부동산이 종전 소유자에게 반환되어지는 법리를 정확하게 인지해야한다. 경매는 법원의 개입에 의한 절차진행이어서 일정한 공신(公信)적 효력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뢰가 무조건 보호될 수는 없다. 공신적인 효력에 있어, 강제경매와 임의경매는 경매진행의 권원차이로 인해 신뢰보호의 정도에 차이가 발생한다.


강제경매는 판결과 같이 집행력있는 정본이 존재하는 경우에 국가의 강제집행권 행사의 작용이기 때문에 일단 유효한 집행력있는 정본에 근거해서 매각절차가 완결된 때에는 나중에 그 집행권원에 표상된 실체상의 청구권이 당초부터 부존재하거나 무효라고 하더라도, 또 중도에 변제 등의 원인으로 채권이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매각절차가 무효가 아닌 한 매수인은 유효하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강제경매에는 공신적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물론, 강제경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는 경매절차를 무효로 판단하여 낙찰된 소유권이 다시 원소유자에게 회복될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대로, 임의경매는 저당권자와 같은 담보권자의 담보권에 기한 경매실행을 국가기관인 집행법원이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담보권에 이상이 있다면 그것이 매각허가결정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 강제경매와 달리 임의경매의 경우는 경매의 공신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임의경매에 있어서 집행법원은 담보권 및 피담보채권의 존재여부를 심사하여 담보권의 부존재, 무효, 피담보채권의 불발생, 소멸 등과 같은 실체상의 하자가 있으면 경매개시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이런 사유는 매각불허가사유에 해당하게 되며, 이를 간과해서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고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유치권에 기한 경매절차는 기본적으로 임의경매절차를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공신적인 효과에서 임의경매절차에 따를 수 밖에 없어 경매의 권원인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으면 경매절차가 무효되는 한계가 발생한다. 더구나, 유치권에 기한 경매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다른 임의경매신청과 마찬가지로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야 하는데, 경매실무상으로는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유란에 기재된 것이라도 무방) 뿐 아니라, 그 밖에도 유치권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공사계약서나 확인서 등 사문서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유치권의 존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경매진행이 가능할 수 있게 되면서, 위 사건과 같이 낙찰 이후에 비로소 ‘유치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매자체가 무효처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임의경매의 대표격인 저당권에 기한 경매는 그나마 저당권설정이 당사자간의 합의에 따라 이루어져서 무효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유치권은 금전(대표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일방적인 권리로 행사하는 것이어서, 유치권의 존재와 관련해서 점유시점이나 계속, 점유과정에서의 불법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결국, 경매의 안정성이라는 면에서는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유치권에 기한 경매의 공신력은 매우 취약할 수 있어 입찰 전에 반드시 유치권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정확히 확인해야 할 필요가 크다.


이를 감안한다면, 경매무효에 따른 대비책까지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매가 무효되면 낙찰자는 납부한 경매대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 반환청구의 대상은 대금을 배당받은 사람, 경매채무자 등이 되는데, 이들에게 반환할 자력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이들 재산에 대한 가압류 내지 배당금에 대한 지급금지가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