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대상 부동산에 임차인이 있는 경우, 별다른 의문없이 기존 임대차계약은 매수인이 승계하면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도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대신, 임대차보증금액수만큼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한 다음 이전등기한 후 매매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매수인과 임대차계약을 승계할 의사가 임차인에게 있는지’ 여부를 임차인에게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차인의 의사확인을 소홀히할 경우 예상치 않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판례는, 임차인에게 (주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을 구비한 이후에 소유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양수인에게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 채무는 소멸한다고 하여(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35616 판결), 임차인의 동의여부에
상관없이 소유권변동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자동승계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의 계약관행에 부합하는 결과가 된다.
하지만,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과 신 소유자와의 계약만으로 임대인 지위의 양도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 임차인이 원하지
아니하면 임대차의 승계를 임차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곧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임대인과의 임대차관계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1998. 9. 2. 자 98마100 결정),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의 자동승계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임차인이 임대차관계의 승계를 거부하게 되면, 임차인은 임대인 변경을 이유로 기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되고, 그 때문에 기존
임대차계약기간마저 지켜지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매매당사자간 매매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액수만큼의 공제합의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대인(매도인)은
임차인에 대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임대인이 보증금반환채무를 면하기 위해서는
임대차계약승계에 대한 임차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판례는 이 점에 대한 강한 증명을 요구하고 있어 현재의 부동산거래실무와 상당한 차이가
느껴질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 대법원 2015. 5.
29.선고 2012다84370 임대차보증금반환

1.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 즉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69026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다39663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인 매도인이나 제3자인 매수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에 대한 매도인의 면책에 관한 승낙 여부를 최고할 수 있으며, 임차인이 상당한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455조). 한편 임차인의 승낙은 반드시 명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임차인이 채무자인 임대인을 면책시키는 것은 그의 채권을 처분하는 행위이므로, 만약 임대보증금 반환채권의 회수가능성
등이 의문시 되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의 어떠한 행위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대한 묵시적 승낙의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가. 원심은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2005. 9. 5. 피고들이 공유하는 이
사건 건물 중 지하 1층, 지상 1층 내지 4층을 보증금 10억 원에 임차하고 2006. 1. 25. 이 사건 건물 중 지상 5층을 보증금 1억
원에 임차하면서, 계약 체결일 무렵 피고들에게 위 각 보증금을 지급하고 위 각 임차목적물을 사용한 사실, 원고는 2007. 12. 5. 피고들과
사이에 보증금의 액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간을 각 2008. 1. 1.부터 2009. 12. 31.까지로 정하여 위 각 임차목적물을 다시
임차하는 것으로 계약(이하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피고들은 2008. 2. 13. 00씨엔씨 주식회사(이하
‘00씨엔씨’라고 한다)에게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를 매도하면서, 잔금 지급일인 2008. 5. 13. 00씨엔씨와 사이에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00씨엔씨가 인수하기로 약정하여 위 임대차보증금 11억 원을 공제한 매매대금을 수령하고 같은 날
00씨엔씨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원고는 2008. 6.부터 2010. 8.까지 00씨엔씨에게만 매월
임대료를 지급하고, 00씨엔씨로부터 2009. 2. 9. 및 2009. 9. 17. 임대인 지위를 피고들로부터 승계하였다는 통지를 받고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 원고는 2009. 12. 28. 00씨엔씨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신탁받은 주식회사 다올부동산신탁(이하
‘다올신탁’이라고 한다)이 원고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이 사건 건물이 2008. 5. 13. 00씨엔씨에게, 다시 같은 날
다올신탁에게 각 양수되었으므로, 다올신탁이 최종적으로 위 건물부분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답변서에 기재하고, 2010. 6.경
00씨엔씨에게 ‘2010. 7. 30.까지 임차 부분을 인도할 것이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여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건물의 매수인인 00씨엔씨는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기간을 전후하여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이행할
충분한 자력이 있었으므로, 00씨엔씨가 매도인인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로 함에 있어, 임차인인 원고도
00씨엔씨가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거나 임대인의 지위를 인수하는 것에 관하여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동의 또는 승낙을
하였다고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들이 여전히 임대인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2008. 2. 29.경 00씨엔씨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은 뒤, 원고의 직원 이00은 피고 장&&을
찾아갔다가 그로부터 매수인인 00씨엔씨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지만 믿지 못하여 피고 장&&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책임을 인정하는 각서와 매매계약서 등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귀속관계에 관한 문서를 요구하였으나 피고 장&&은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 00씨엔씨는 이 사건 건물 부지 일대에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765억 원을 대출받아 이 사건 건물
등을 매수하는 데에 대부분 사용하고 그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다올신탁과 사이에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008. 5. 13. 다올신탁에게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원고는 00씨엔씨가 어떤 회사인지,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자력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고 00씨엔씨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지도 못한 사실,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귀속관계에 관한 문서를 보내지 아니하자 2008. 11. 18.경 피고 장&&에게
임차인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양도한 것은 계약위반이라는 취지로 항의하면서 ‘2008. 11. 25.까지 보증금 및 임대료 등에
관한 계약내용을 알려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고, 2008. 12. 1.경 소유권 변경에 따른 임대보증금 등 법적 책임에 대하여 답변하지 않는
것을 항의하면서 ‘2008. 12. 10.까지 원고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에 대한 서면통지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실, 피고
장&&은 2008. 12. 9.경 원고에게 ‘임차인들의 보증금 전액을 공제한 나머지만을 매매대금으로 받았으므로 모든 권리와 의무는
00씨엔씨에게 승계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낸 사실, 원고는 00씨엔씨에 대하여도 매매계약서 등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던 중,
2009. 2. 9.경 00씨엔씨로부터 ‘00씨엔씨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았는데 당시 첨부된 매매계약서 사본에는
매도인인 피고들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이후 원고는 피고들이나 00씨엔씨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귀속관계에
관한 어떤 문서도 받지 못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위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첫째, 원고는 00씨엔씨에게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이 이전되자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피고들로부터 그 반환책임을 인정하는 각서를 받으려고 하였으나 피고들은 00씨엔씨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기로 하였다는 답변만 계속하였고,
피고들이나 00씨엔씨는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인수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승낙을 받으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둘째,
00씨엔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이 사건 건물 등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여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당일 다올신탁과 사이에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으므로, 원고가 그 소유권이전등기 당시
00씨엔씨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확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원고는 2009. 2.경까지도
피고들과 00씨엔씨 사이의 매매계약서 등을 통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귀속관계를 확인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 00씨엔씨로부터 받은 매매계약서
사본에는 피고 장&&의 말과는 다르게 피고들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며, 이후 피고들이나
00씨엔씨로부터 다른 문서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넷째, 00씨엔씨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바로 뒤인 2008. 6.경부터
임대차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원고가 00씨엔씨에게 매월 임대료를 지급하기는 하였지만, 원고로서는 이 사건 임차목적물을 사용하는 이상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고 원고가 피고 장&&의 요구에 따라 00씨엔씨에게 임대료를 지급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00씨엔씨에게 임대료를 지급하였다는 사정을 00씨엔씨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데에 원고가 동의하였다는 징표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다섯째, 원고가 다올신탁이 제기한 임차목적물에 대한 인도소송에서 피고들과 00씨엔씨를 거쳐 다올신탁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거나 2010. 6.경 00씨엔씨에게 2010. 7. 30.까지 임차 부분을 인도할 것이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여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자신에 대하여 인도소송을 제기한 다올신탁으로부터라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하여 한
것으로서 임차인이 통상 취할 수 있는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여섯째, 원고가 2009. 2. 9.경 및 2009.
9. 17.경 00씨엔씨로부터 임대인 지위를 피고들로부터 승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받고도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각
통지에서 00씨엔씨가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음을 명시하지 아니한 이상, 원고의 위와 같은 태도를 두고
00씨엔씨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원고가 묵시적으로 승낙한 사정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원심이
거시한 나머지 사정을 모두 살펴보아도 00씨엔씨가 피고들로부터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원고가 묵시적으로
승낙하거나 동의한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앞서 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매수인인 00씨엔씨가 매도인인 피고들로부터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는 것에 대하여 원고가 이를 적어도 묵시적으로나마 동의 또는 승낙을 하였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면책적 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국, 위 사안은 건물주 변경 이후 약 2년간이라는 장기간 동안
임차인이 매수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해왔지만 다른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서 임대차보증금 면책적 인수에 임차인이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매도인은 매매대금에서 공제당하고 받지 못한 11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다시 이중으로 부담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을 매매함에 있어서는 기존 임차인의 임대차승계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매매대금을
정산하는 등 보다 세심한 진행이 필요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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