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저금리기조를 타고 수익형부동산의 대표주자인 상가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간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부동산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온 필자 역시 근래 들어 상가 투자의 인기를 확연히 느끼고 있을 정도다.
상가는 크게 구분상가와 상가건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여기서 구분상가는 상가건물 전체가 아닌 호수별상가, 즉 개별상가를 말한다. 구분상가는 상가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고 매물도 많아 비교적 초보투자자가 접근하기 손쉬운 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서울권역 내 B급 상권에 입지한 1층 구분상가에 투자할 경우 5~1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 반면, 동일한 곳에 입지한 상가건물에 투자하려면 최소 30억 원 이상의 자금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구분상가의 경우 임대관리가 비교적 수월하면서 상권이 안정화된 경우에는 꾸준한 임대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점은 분명코 구분상가가 부동산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실(實)일 것이다.
하지만 구분상가의 경우 경기불황이 심화되거나 상권이 취약하고 임차인의 영업력이 미진할 경우 임대료 연체 및 공실 장기화 등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구분상가의 경우‘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가관리단이 설립되고 개입되어 있어 구분상가 소유자가 단독으로 업종변경, 상가 개보수 등을 시행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신규 분양상가의 경우 대체로 시세대비 고분양가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구분상가에 투자하기에 앞서 반드시 따져봐야 할 사항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이를 소홀히 여겨 낭패를 보게 된다면 분명코 이는 구분상가 투자의 허(虛)일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상권형성이 잘되어 있는지 여부와 상권 확장성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상권분석이라고 한다. 상권은 상가(점포)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열쇠이며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따라서 상가에 투자하는 것은 상권이라는 살아있는 생물에 투자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특히 구분상가와 같은 집합상가의 경우 그 속성상 상권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상권형성이 잘되어 있는지 여부와 함께 향후 상권 확장성 여부에 따라 투자성패가 좌우됨을 명심해야 한다.
상권분석의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먼저 상권의 범위를 정해보겠다. 상권의 범위는 일반적으로 소매점을 기준으로 정하는데 1차 상권(반경 500m 이내)과 2차 상권(반경 1km 이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근래 들어 배달업종의 빠른 성장으로 이들 상가의 경우 반경 5km까지도 상권의 범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다음으로 상권 내 고객의 연령대 및 경제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10대의 청소년층, 20~30대의 젊은층, 40~50대의 중년층, 60대 이상의 노년층의 인구구성 비율에 따라 업종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상권이 중고교생 중심의 입시학원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주고객층은 10대가 될 것이고, 취업 및 고시준비생 중심의 학원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주고객층은 20대가 될 것이며, 직장인들로 붐비는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주고객층이 30~40대가 될 것이다.

둘째, 상가의 개별적 입지조건을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입지분석이라고 한다. 상권분석이 상권 전체를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의 분석이라고 한다면 입지분석은 개별상가 자체를 분석하는 미시적 관점의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동일한 상권 내라고 하더라도 상가가 좋은 위치에 있는지 나쁜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상권의 범위가 확대되거나 아니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동일한 상권 내라고 하더라도 코너상가, 대로변 상가, 전면노출상가, 지하철역 근접상가 등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임대수요가 풍부한지 여부와 임대료가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를 임대시장분석이라고 한다. 우리가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임대를 통해 월세, 즉 임대료를 얻기 위함이다. 상가는 월세(임대료)를 목적으로 투자하는 수익형부동산의 대표 주자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중 구분상가는 투자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수익형부동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철저한 임대시장분석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분양업자나 중개업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섣불리 투자할 경우 낭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있다. 임대시장분석의 핵심은 임대수요가 풍부한지 여부(임대료 지속 가능성)와 임대료 수준이 적정한지 여부(임대료 적정성)를 분석하고 검토해보는 것이다. 특히 신규 분양상가는 시행사 또는 분양대행사의 영업기법상 임대수요(임차인)를 사전에 맞춰 매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대수요가 장기간(최소 5년간)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야 어이없는 후회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시장 평균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임대수익률을 보장한다거나 월세(임대료) 대비 보증금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라면 철저한 검증과 함께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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