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단축과 전매제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한 9.1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반짝 상승하고,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유예,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이른바 부동산3법의 국회통과 효과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또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분양시장도 훈풍이란다. 청약제도의 지속적인 개선과 완화, 그간의 공급부족, 새 아파트에 대한 프리미엄 등 각종 호재를 만나면서 비롯됐지만 올해 3월부터는 청약자격이 완화돼 분양시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집값이 오른다는데 일부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 아파트단지들은 집값 오름에 대해 전혀 체감을 못하고 있다. 한창 아파트가 호시절을 누릴 때에는 인근 집값이 오르면 내 집도 오르는 것이 당연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왜 그럴까?
크게 보면 내수경기 침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 저하, 과거와 달리 매우 엷어진 주택수요층 등 갖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작게 보면 내 집에도 원인이 있다. 내 집만 오르지 않는 그 뭔가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내 집이 지어진 연도를 생각해 보자. 내 집 마련 수요층이 옅다는 것은 주택수요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확실한 개발호재가 있는 아파트나 입주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새 아파트만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내 집이 이런 축에 들지 않는 어정쩡한 집, 즉 준공된 지는 꽤 지났지만 재건축하기에는 아직 그 연한에 도달하지 않은 집이거나 리모델링을 하기에도 부적합할 정도로 경과연수가 미달인 집에 해당할 가능성이 많다.
둘째,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세대수가 조밀조밀해 대지지분이 너무 작아 재건축 사업성이 적은 집들이다. 대개 10층 이상의 중층 아파트이면서 동간 거리가 비좁은 집들로 재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들의 부담금이 지나치게 높아져 재건축 사업이 더디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집들은 재건축보다는 차라리 리모델링이 더 나을 수 있다.
셋째, 가시적 입지측면에서 그 지역의 대표적인 단지, 즉 랜드마크로서의 입지적 장점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도심내 주요 도로변에서 쉽게 보일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하지 않거나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 택시기사 분들이 내가 가고자 하는 집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단지라면 입지가 썩 좋지 않은 집들이다. 물론 그런 집들은 소음이 적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해줄 수는 있으나 그 부분이 집값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넷째, 대중교통 측면이다. 버스는 물론이고 특히 지하철역과의 도보권내 여부는 집값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지하철역이 엎어지면 코닿을 데에 있는지, 지하철역이 조금은 거리가 있어도 걸어서 도달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아니면 지하철역까지 가는데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야하는지에 대한 차이에 따라 집값 형성이나 변동폭은 그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다섯째, 내 집은 어떤 브랜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집값 상승여력은 차이가 있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이미 사라진 건설사 브랜드를 갖고 있거나 아파트 브랜드가 상용화되기 전의 건설사 이름을 딴 브랜드를 갖고 있는 단지들도 많다. 최근 브랜드 개선 일환으로 건설사 이름을 갖고 있는 단지들이 건설사 대표 브랜드로 브랜드를 바꾸거나 인근 단지주민들과 브랜드 선점 경쟁으로 다툼이 일고 있는 경우를 종종 접하고 있는 것 역시 브랜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끝으로 단지내 환경을 생각해볼 일이다. 내부 평면구조, 단지내 동간거리, 조경, 편의시설 및 주차시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주차공간의 적정성 문제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절대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이런 단지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관계로 이열 삼열 주차가 일상적인 터라 출퇴근 때면 주차전쟁이 따로 없고 주말이나 명절 때면 주차할 곳이 없어 몇 번을 순회해야 간신히 주차할 수 있는 단지들도 수두룩하다.
늘어나는 차량에 비해 늘릴 수 있는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지라 단지내 조경시설이나 체육시설 등을 없애고 주차공간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단지내 환경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그런 집들은 단지내 경비원들의 주된 역할이 이열 삼열 주차된 차량을 밀어주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이처럼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외에도 열거하자면 수두룩하겠지만 위 여섯 가지 주요 요인들만 살펴봐도 왜 내 집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집값 오르지 않는다고 푸념하기에 앞서 내 집이 과연 다른 단지에 비해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먼저 알고 볼 일이다. 더불어 내 집 마련 시 어떤 집을 골라야 할지에 대한 잣대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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