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말고 '많이' 열심히 해…스킬 트레이닝 꼭 하라"
작은 키 탓에 더 혹독히 훈련…일반인 사이에 껴서도 연습
174㎝ 키로 702경기 출전…"농구 잘하는 선수" 이현민의 퇴장
"중간에 농구를 그만두게 해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다니까요.

"
경희대학교 농구부를 이끌어온 최부영 전 감독(70·현 농구부장)은 30일 은퇴한 이현민(39)을 언급하자 아쉬움을 푹푹 담아 답했다.

최 부장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4학년까지 농구를 하고도 안 풀리면 그간 허송세월하게 만든 셈이지 않냐"며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한 친구"라고 떠올렸다.

최 부장이 이현민의 미래를 비관한 이유는 그의 신장이다.

이현민의 키는 174㎝로 농구 선수치고 유독 작다.

최 부장은 "키가 작았으니 남들보다 20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며 "어디 놀러 다니고 할 여유를 안 줬다.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잠도 못 자고, 정말 힘들게 운동했다.

요즘 애들이라면 다 도망할 것"이라고 했다.

최 부장이 장래를 걱정했던 이 학생은 이후 프로 정규리그에서만 702경기를 뛰었다.

프로농구 '전설'로 꼽히는 서장훈이나 양동근보다 많은 역대 5위다.

이현민은 2006년 3순위로 창원 LG에 지명되자마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14-2015시즌엔 경기 당 5.3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도움왕으로 우뚝 섰다.

다음 시즌 고양 오리온 소속으로 우승을 경험했다.

15번째 시즌인 2021-2022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지만, 원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계약할 팀을 찾지 못해 결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최 부장의 지적처럼 작은 신장은 선수 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약점이 됐다.

이현민도 "키가 작아 아쉬웠다.

힘든 점이 많았다"며 프로 생활을 되돌아봤다.

174㎝ 키로 702경기 출전…"농구 잘하는 선수" 이현민의 퇴장
그는 "오히려 커리어 초반 몸 상태가 좋았을 때는 키가 작다고 힘든 점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며 "그때는 더 공격적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 말처럼 그는 신인 때 가장 평균 득점(8.1)이 높았고 이후 점점 줄었다.

이현민은 "나이가 들면서 있던 운동능력도 떨어지니 어려운 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며 살아남기 위해 가드로서 경기 운영에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개인 공격을 자제했다"며 "대신 패스에 집중해서 살아남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격을 안 해서"라며 허허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현민은 신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현민은 "'그냥'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많이'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이대성(오리온)을 언급했다.

그는 "이대성을 높게 평가한다.

농구에 푹 빠져 산 선수인데 신체조건도 좋다"며 "그보다 작은 선수들이 이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현민 역시 생존과 기량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현민은 "소위 말하는 '옛날 농구'와 '요즘 농구'를 다 경험했다"며 "스킬 트레이닝을 해보면 현대 농구에선 훨씬 좋은 기술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꼭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떨어진 운동능력을 체감한 3년 전부터 사비를 들여 스킬 트레이닝을 받았다.

스킬 트레이닝 업체 퀀텀바스켓볼의 김현중 코치는 "시즌이 끝나고 거의 매일 훈련하러 왔다"며 "1대1 레슨이 끝나고 또 저녁에 일반인 대상 수업이 있었는데, 프로 선수가 창피함도 참고 매일 껴서 같이 했다"고 소개했다.

13년간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김 코치는 "허재 전 감독님보고 '농구 9단'이라고 하니 (이현민은) 8단쯤 된다"며 "'농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로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알려주는 대로 빠르게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174㎝ 키로 702경기 출전…"농구 잘하는 선수" 이현민의 퇴장
이같이 커리어 후반에도 기량 발전에 애썼던 덕에 이현민은 마흔을 앞둔 지난 시즌에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정규리그 53경기에 출장했고, 매 경기 17분간 4.1점에 3.2어시스트를 올렸다.

최부영 부장은 "내가 좀 박하다.

그간 가르쳤던 선수들을 칭찬하고 인정했던 적이 많지 않다"면서도 "현민이의 경우는 다르다.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기량이 충분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아쉬워할 법도 한데 이현민은 덤덤했다.

그는 "괜찮다"며 "나이가 드니까 경기를 할 때마다 아프더라. 이런 고통에서 해방되는 건 좋다"고 시원섭섭한 듯한 답을 내놨다.

이어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다"며 "어려운 농구 선수 생활도 했는데 다른 걸 못 하겠나.

정 안 되면 택배 일이라도 하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지도자도 해보고 싶지만 하겠다고 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