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과정서도 물밑 중재로 여야 평행선에 '마침표'
여야 기립박수 받고 떠난 박 의장…"분열의 정치 청산해야"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의결의 방망이를 두드리는 것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박 의장은 이날 추경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본회의'의 문을 열면서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저는 대화와 타협으로 용광로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공감대가 없으면 동력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난 2년간 소통, 타협을 원칙으로 의회 민주주의의 길을 닦기 위해 성심으로 노력했다.

의미 있는 결실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는 거의 모든 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고 부연했다.

이어 "20년 가까이 논란됐던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치법도 여야가 한맘으로 처리했다"며 "정부 예산안은 2년 연속 사실상 법정기일 내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참으로 드문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오늘을 포함해 5번의 추경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키게 됐다"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족하고 아쉬운 일도 있었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분명히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정치를 전진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21대 후반기 국회는 의회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데에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정치는 편가르기와 증오에 기반한 적대적 정치를 하고 있다.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 기울이는 분열의 정치에 여야 모두 익숙하다"며 '분열의 정치' 청산을 역설했다.

박 의장은 "이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의회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치고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게 될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제도는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핵심이다"이라면서 개헌과 다당제 전제의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박 의장의 '고별사'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박 의장의 '마지막 임무'가 된 이번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를 분주히 오간 그의 중재 손길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6·1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박 의장의 물밑 조율이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간 이견을 좁히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의장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부 측 인사인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만남을 주재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이 협의는 약 50분 만에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지만, 박 의장은 약 40분 뒤 양당 원내대표만을 따로 불러 설득해 결국 합의를 끌어냈다.

박 의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법적 손실보상 지급 대상을 매출액 30억원 이하의 중기업까지 확대하도록 조율하고, 특수고용·프리랜서·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금도 당초 정부안 대비 100만원 인상된 200만원을 지급하도록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앞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 간 견해차를 봉합한 중재안을 마련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 처리 과정에서도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법안 상정을 미루고 국회 특위를 통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중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