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음주·비만에 고혈압이면 '130/80'으로 혈압 더 낮춰야
가정혈압 측정으로 꾸준한 관리 중요…저염식·체중감량 필수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증상이 없으면서도 일단 발병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기도 하다.

혈압은 심장 박동으로 분출되는 혈액이 동맥 혈관에 가하는 압력을 말한다.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배출할 때의 압력이고, 이완기혈압은 심장이 이완(확장)하면서 쉬고 있을 때의 압력이다.

고혈압은 말 그대로 이런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줘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커지게 되며 이로 인해 심부전 상태로 악화한다.

이뿐 아니라 압력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동맥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위클리 건강] 고혈압 한국인 1천300만명…이대로는 위험하다
국내 고혈압 환자 증가세는 심상치 않다.

28일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07년 708만명에서 2021년 1천374만명으로, 14년만에 1.94배로 늘었다.

국내 20세 이상 성인 인구(4천433만명)에서는 10명 중 3명 꼴(30.9%)로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또 고혈압으로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부전, 만성 콩팥병 등의 주요 합병증이 발생한 비율은 2.79%(38만1천464명)에 달했다.

학회는 이런 추세를 막으려면 심뇌혈관질환 등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때 혈압 목표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최근 진료지침을 강화했다.

이번 진료지침은 고령, 흡연, 음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비만, 유전 등의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이 3개 이상인 고혈압 환자에 대해 치료 목표 혈압을 기존 140/90mmHg 미만에서 130/80mmHg 미만으로 낮춘 게 핵심이다.

또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도 목표 혈압이 낮아졌다.

2018년 진료지침에서는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당뇨병에 대해서만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했지만, 2022년 진료지침은 심뇌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무증상 장기손상이나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이 1개 이상이면 고위험 당뇨병으로 정의하고 동일한 목표 혈압을 권고했다.

소변에 단백뇨가 있는 만성 콩팥병이나 무증상(열공성) 뇌경색 환자의 고혈압도 마찬가지로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는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압을 종전 기준보다 더 떨어뜨리자 고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크게 줄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다만,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낮거나 합병증이 없는 고혈압 환자는 종전 기준대로 140/90mmHg 미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도록 했다.

학회는 또 이번 진료지침에서 가정 내 혈압 측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김학령 교수는 "고혈압의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건 올바른 혈압 측정"이라며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병원에서 재는 혈압과 가정에서 환자 스스로 잰 혈압을 하는 함께 활용하는 게 고혈압 관리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바른 가정 내 혈압 측정 요령으로 ▲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 측정할 것 ▲ 팔을 식탁에 심장 높이로 올리고 의자를 밀착시킬 것 ▲ 다리를 꼬지 말 것 ▲ 처음에 혈압이 높게 나오면 2∼3분 쉬었다가 한두 번 더 측정할 것 ▲ 아침에 소변을 본 후 측정할 것 ▲ 혈압약을 먹기 전에 측정할 것 ▲ 음주 후 측정하지 말 것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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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치료에는 혈압 강하제를 통한 약물요법도 필요하지만, 위험 요인을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으로는 염분 섭취를 줄이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한 체중감량이 꼽힌다.

저염식을 위해서는 젓가락 사용을 늘리고 수저를 작은 것으로 바꿔 조금씩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도 요령이다.

운동은 빨리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단, 기온이 낮은 새벽 시간이나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아스피린 사용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스피린은 복용으로 인한 이득이 분명한 심뇌혈관 질환이나 죽상경화증 등을 앓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주로 사용하고, 이러한 질환의 위험도가 낮은 고령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학회의 공식적인 판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