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떼창 메아리친 축제…무대 앞 스탠딩 구역은 자리경쟁 치열
첫날 핑크 스웨츠·이담·조니 스팀슨 등 열창…"이날만 기다렸어요"
'핑크형' 뜨자 1만명 환호…3년 만에 돌아온 서울재즈페스티벌(종합)
"저 필라델피아에서 왔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들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여러분, 음악 더 필요하시죠? 자 갑시다!"
미국 출신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Pink Sweat$)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 2022' 첫날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나선 뒤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분홍색' 옷을 위·아래로 맞춰 입은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목소리로 노래했다.

흥에 겨운 핑크 스웨츠가 '레츠 고'(Let's go), '컴 온'(Come On)이라고 외칠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팬들은 그의 손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핑크 스웨츠는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듯 무대에서 내려와 팬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야외 음악 축제인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이 3년 만에 다시 막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오랜 기간 축제를 즐기지 못한 관객들은 묵혀둔 갈증을 풀려는 듯 오전 이른 시간부터 공연장을 찾아 축제를 즐겼다.

첫날 무대는 해외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채워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재즈 트리오 문차일드는 여유로운 재즈 선율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보컬 엠버 네이브란은 중간중간 색소폰 연주를 겸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핑크형' 뜨자 1만명 환호…3년 만에 돌아온 서울재즈페스티벌(종합)
영국 출신의 가수 이담은 첫 내한 무대에서 신곡을 선보이며 현장을 뜨겁게 했다.

그는 "수천 마일 떨어져 활동하는 내 음악을 들어줘서 정말 고맙고, 또 고맙다"고 말하며 한국 팬들 앞에서 신곡 '유 아 더 리즌'(You're The Reason)을 열창했다.

이담은 국내 음원 차트에서 100주 넘게 상위권을 지킨 히트곡 '대표곡 '12:45'를 부를 때에는 관객들을 향해 '떠나고 싶지 않아요', '여기 있고 싶어요'라고 말해 환호성을 자아냈다.

무대 앞에 설치된 스탠딩 구역에서는 팬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 후렴구를 '떼창'(함께 부르기)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 세계 음악 팬을 사로잡은 싱어송라이터 조니 스팀슨은 이날 '허니문'(HONEYMOON), '스마일'(SMILE), '플라워'(FLOWER) 등 10여 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날 유일한 한국인 아티스트였던 백예린은 다양한 곡을 선보이며 좌중을 압도했다.

'바이 바이 마이 블루'(BYE BYE MY BLUE)로 무대를 연 그는 "보고 싶었다.

한 분 한 분 다 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나보다 성량이 좋은 분들이 많이 온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 울려 퍼지는 음악을 즐기는 듯했다.

해외 아티스트의 노래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겼고,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냈다.

'핑크형' 뜨자 1만명 환호…3년 만에 돌아온 서울재즈페스티벌(종합)
처음으로 음악 페스티벌에 왔다는 원상연(20) 씨와 임현서(20) 씨는 "오전 11시 30분쯤 왔는데 기다린 만큼 가치 있는 무대의 연속"이라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떼창'하는 이날만을 기다렸다"고 했다.

광주에서 KTX를 타고 온 직장인 백은정(26) 씨는 "친구까지 동원해서 겨우 티켓 예매에 성공했다"며 "백예린의 무대를 보려고 연차 휴가까지 썼는데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돗자리를 펴 놓을 수 있는 피크닉 구역에서는 페스티벌 분위기가 한층 더했다.

식음료 코너에서 스테이크, 바비큐 등 먹을거리를 사 온 이들은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여유를 만끽했다.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음악 리듬을 타는 관객도 곳곳에 보였다.

아직 50명 이상 모이는 실외 공연장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탓에 대부분 관객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즐겼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코나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있거나 아예 벗었다가 주변을 둘러본 뒤 다시 쓰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지만, 관객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핑크형' 뜨자 1만명 환호…3년 만에 돌아온 서울재즈페스티벌(종합)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려'라고 말하며 한숨을 지었고, 또 다른 여성은 '이제 진짜 코로나가 끝난 것 같다'고 했다.

서재페는 일요일인 29일까지 이어진다.

하루 1만명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페스티벌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28일에는 최근 팝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스토리텔러' 알렉 벤자민, 재즈 보컬리스트 호세 제임스, 남매 듀오 악뮤 등이 축제 열기를 이어간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시티팝 밴드 프렙, 재즈 피아니스트 피터 신코티, 힙합 그룹 에픽하이,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등이 무대에 올라 휴일 오후를 음악으로 채울 예정이다.

영국 출신의 신스 팝 듀오 혼네는 90분간 공연을 펼치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