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력 계속 투입해 국민 추방, 민간인 대량 학살"
돈바스 교전 격화…"루한스크 내 우크라 통제지 겨우 5%"
젤렌스키 "러시아, 돈바스에서 제노사이드 정책 추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명백한 제노사이드(genocide·표적집단 말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리 국민을 추방하고 민간인을 대량으로 학살하고 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서는 점령군 사상자를 메우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이들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세베로도네츠크를 비롯한 동부 도시들을 열거하고 "러시아가 이들 도시를 마리우폴처럼 잿더미로 만들려고 한다"며 "돈바스 지역에서의 공세는 이 지역을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노사이드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제도적 불이익을 동반해 표적으로 삼은 특정 집단의 존재나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반인류 범죄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제시한 명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내에서 벌어지는 친러시아 주민을 겨냥한 제노사이드를 막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4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러시아 군의 작전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인의 사상을 말살하려는 시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제노사이드를 언급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한 바 있다.

젤렌스키 "러시아, 돈바스에서 제노사이드 정책 추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주를 아우르는 지역)에서 러시아 군이 우세를 점했다.

러시아는 3개월에 걸친 침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점령에 실패한 뒤 동부 산업 지대인 돈바스 완전 점령을 위해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의 우크라이나 군 포위를 위해 3면에서 병력 수천 명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2개 도시를 점령할 경우 돈바스 내 루한스크 주의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에 넘어가게 된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루한스크 지역이 일주일 전 전체의 10%에서 이제는 5%로 줄어들었으며, 우크라이나 군이 일부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렉시 그로모프 우크라이나 장군 역시 "러시아가 루한스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이 철도 요충지인 리만을 거의 장악했다는 보고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 총참모부는 러시아 군이 세베로도네츠크와 바흐무트, 아우디이우카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리만이 함락될 경우 러시아 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고립시키기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세베로도네츠크의 전황에 대해 "매우 어렵다"며 "이번 주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장악을 주 목표로 바꾼 만큼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찬스크에서의 전투가 이번 전쟁의 잠재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